편견덩어리?

판타스틱우먼을 보고

by Jenny

내가 처음 본 칠레 영화, 판타스틱 우먼. 역시 사람은 편견 덩어리다. 깨야 한다.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 한국영화, 일본 영화만 보다 가끔 보는 유럽 영화 정도도 낯설었는데 칠레 영화라니.. 언어도 배경도 사람도 낯설지만 제일 파격적인 건 역시 스토리다.

제목이 왜 판타스틱 우먼일까? 에로틱한 영화 포스터만 보면 그저 그런 애로물 정도가 떠오르고 간단한 설명만 보면 트랜스젠더의 생활 정도가 예측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왔던 트랜스젠더에 대한 환상, 선입견을 아주 확 깨버릴 수 있는 최고의 영화였다.



내가 본 트랜스젠더는 필리핀, 태국 여행지에서 쇼쇼쇼 중인 아름다운 언니 내지는 한국의 어느 호텔 바에서 노래하는 필리핀 언니 정도였다. 그저 약간 어색한 이상한 그런 느낌이었지 그 사람들의 생각이나 삶을 생각해 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우연히 본 이 영화를 통해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이상한 동물 취급하는 인간들이야 말로 정말 존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영화 첫 등장 _ 고혹적인 트랜스젠더 가수 마리나


극 중 여주인공 마리나는 트래스젠더다. 역시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고혹적으로 바에서 노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오를란도는 아내도 있고 장성한 아들과 일곱 살 딸이 있다. 가족을 둔 아빠로서 그의 행동을 칭찬할 수는 물론 없지만 그가 마리나를 사랑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동맥류로 죽자 마리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굴욕적인 신체검사부터 마치 살해 용의자인양 수사를 받아야 하는 마리나의 심정이 얼마나 처참했을지 안쓰러웠다.


트랜스젠더로 살면서 부모, 형제, 가장 존경하는 음악 선생님에게 조차 괴물 취급을 받으며 살았을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장례식조차 갈 수 없는 현실과 남겨진 애견 그리고 집을 허락도 없이 뺏긴 건 정말 억울하지 않았을까? 그녀를 차에 태워 끌고 가 얼굴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버리는 장면은 정말 모욕적이었다. 사람이 아닌 동물로 대우하는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났다. 어쨌든 자기 아버지가 사랑했던 사람을 그렇게 막대하다니..


추도식장에서 쫓겨나는 마리나


결국 장례식장에 간 마리나를 내쫓으려는 그들에게 맞서 차에 올라가 개를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는 모습이 오히려 통쾌했다. 그리고 장례식장 주변을 헤매다 오를란도의 환영을 따라 화장 터로 가는 중에 오를란도의 환영이 마리나에게 마지막 키스를 해주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아팠다. 자신의 진심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던 오를란도의 마음, 그런 오를란도의 화장을 지켜보는 마리나의 마음… 눈물이 났다.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지만 존재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저 다르다고 폄하해서는 안 되는 진심을 그리고 인권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