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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May 19. 2018

리더의 온도?

리더의온도 37.5를 읽고

저자 김상임 코치는 CJ 제일제당, CJ 푸드빌, VIPS 등에서 총 25년을 바쁘게 일하다 어느 날 갑자기 퇴임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자아성찰 끝에 “시끄러운 양은 냄비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온 인생을 정리하고 무쇠 솥 같은 삶을 살겠다” 마음먹은 뒤 코치의 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욕심 많은 다혈질 리더의 모습이 나랑 상당히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 경우 23년을 숨 가쁘게 살다 아직도 제2의 인생을 계획만 하고 있지 실천을 못하고 있는 상황 인지라  책을 읽으며 내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내가 팀장 타이틀을 단 건 스물아홉 살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해외 전시업이라는 직업 개념이 없던 스물다섯에 입문해서 4년 차에 팀장이 되었으니 얼마나 전시라는 신규 사업 분야에 인프라가 없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때 함께 시작한 동기들이 이제는 사장이 돼서 많게는 이백 명, 적게는 열댓 명씩 직원을 두고 있으니 어쩌면 나 별 발전 없이 고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2,30대에 일 잘한다는 소리 꽤나 들었지만 ' 애 낳고 애들 키우며 살다 보니 몇 년씩 경력단절이 생기고 일보다는 가정, 아이들이 먼저여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아무리 해봐야 결론은 내가 사장 감은 아니라는 거, 리더로서 최고도 아니었다 라는 거다.


너무 일찍 멋 모르고 팀장을 달았고 이후 롤 모델도 없고 자극제도 없어 혼자 좌충우돌 한 세월이 정말 길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동기들은 살아남아 회사 사장이 되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  솔직히 자격지심도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리더가 될 수는 없다. 나이 먹었다고 다 리더 자리에 앉는 것도 아니다. 나이를 떠나 능력에 맞게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맞다. 그러니 과거의 자책보다는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갖추어야 할 부족한 역량을 찾아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바보들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의 공저자 찰스 C. 만즈 교수는 셀프리더십의 여섯 가지 요인으로 ‘자기 관찰, 명확한 목표 설정, 자기 연습, 힌트 전략, 자기보상, 자기 벌칙’을 강조한 바 있다. 만즈 교수는 셀프리더십을 ‘자아발견과 자기만족을 향한 여행이고 스스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며 행동통제의 기초이자 자아완성의 학습과정이라고 풀이했다.  


바보처럼 '난 최선을 다했어'라고 말하긴 싫다. 자아발견, 자기만족을  위해  셀프리더십을 계발할 필요가 있음도 인정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자각하고 자존감을 관리하며 자기 성공을 예언하라! "이런 메세지를 들으니  이런 자기계발 책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 아닌? 아직도 성공, 성공 타령을 하며 사람들을 들쑤셔 피그말리온 효과, 플라시보 효과 뭐 이런 걸로 약을 파네? 아니 책을 파는군! 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다.

오히려 저자의 딸이 말하는 부분이 훨씬 내게는 인간적으로 공감이 갔다.


사람들은 엄마를 저마다의 의미를 담아 생각한다. 누군가 에게는 친구 같은 존재, 누군가 에게는 무섭고 피하고 싶은 존재, 그리고 누군가 에게는 그저 단어 자체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엄마는 사랑받고 싶지만 무서운 존재였다. 독사는 독샘이 있어 이빨로 물면 이빨을 통해 독이 분비되어 주입되는 뱀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엄마를 독사에 비유하는 사람을 보면 하나같이 ‘너무하다’라고 생각하겠지만 고교 시절까지 엄마는 말 그대로 나에게 독사였다. 한참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춘기 때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는데 그때의 엄마는 상당히 신경질적이고 다혈질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아빠가 맞벌이를 하셔서 많은 시간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보냈다. 같이하는 시간이 적어짐에 따라 엄마와 나 사이에 왠지 모를 벽이 생긴 것 같았다. 같은 여자로서 공감하는 시간도 적었고 이야기를 하면서 쌓였던 것들을 털어내는 시간도 적었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엄마에 대한 오해가 더욱 커졌다. 하루에 엄마와 마주하는 시간은 4~5시간에 불과했다. 엄마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부렸던 투정은 나를 향한 질책으로 이어지고 사소한 말다툼으로 언성이 높아지기 일쑤였다.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의 내 마음은 이빨 자국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엄마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속으로만 생각했던 이야기를 엄마한테 이야기하기 위해 나 자신도 용기를 냈고 엄마도 그런 나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차츰 이야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삐거덕 거렸던 엄마와 내가 변해가고 있었다. 신경질적이고 다혈질이던 엄마는 어느새 부드럽고 웃음 많은 엄마로 변해 있었다.


독사 엄마에서 천사엄마로’ 변한 엄마에 대해 저자의 딸이 쓴 글을 보면 정말 솔직하다. 일하는 엄마와 그 아이들이 백 프로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중요한 건 독사 엄마에서 천사엄마로 변한 건 회사를 그만두고 자아성찰을 하며 코치를 하게 된 때 부 터라는 거다. 성공만 생각하고 살던 25년 동안 보지 못 했던 것들이 보이는 시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정과 아이를 포기하고 일에 전념하는 많은 여성들이 있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퇴직 명령서 뭐 이런 게 현실 아닌가? 25년간 대기업에서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결국 퇴임 명령서를 받고 물러나야 하는 직장 생활을 잘하려면 좋은 리더가 돼라?  결론은 아니겠지만..

내가 삐닥해서 인지 좋은 리더가 돼야 하는 건 맞지만 꼭 인생 북극성을 회사에서 찾아야만 하는 의문이 든다. 저자도 회사를 벗어나서야 찾고 있으면서 회사에서 찾으라고 조언하는 건 회사 밥을 너무 오래 드신 탓 아닌지, 지금도 회사 녹을 받기 위함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진정한 리더가 되기위해 방법적으로 제안한 피드백의 중요성, 권한위임, 면담, 칭찬, AI경영, 소통, 경청, 공감, 질문 다 새겨 듣고 도움이 될만한 좋은 글이다. 하지만 비전을 공유하고 이끌어라~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라~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라 뭐 이런 식의 말들이 모든 사람에게 와 닿지는 않는 이유는 리더의 자질이 부족해서 라기보다는 글의 표현방식에 알러지 반응이 아닐까 싶다. 너무 오랫동안 봐왔던 자칭 성공한 사람들의 말하는 스타일이 싫어서 괜히 트집을 잡아 보는 거겠지.. 내가 성공하면 나도 저런 말투를 쓸까???

아무튼 본질을 본다면 좋은 책이다. 항상 그렇듯 받아들이기는 독자 나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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