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을 보고
프랑스 영화, 브루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지금껏 본 프랑스 영화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영화 시작에 나오는 브로고뉴 포도밭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 그리고 음악도 정말 좋았다. 어린 시절 창가에서 바라보던 풍경이 매일 새로웠는데 나이가 들어 그 풍경이 매일 똑같게 느껴져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 고향을 등지고 떠 돌아다니던 장남이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브루고뉴에 돌아오면서 (원제: Back to Burgundy)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리지만 당찬 여동생 쥴리엣이 와이너리 농장의 책임으로 있는 것도 오빠지만 동생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것도 정말 보기 좋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첫 포도 수확 날을 결정하는 순간에도, 갓 수확한 포도와 줄기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에도 쥴리엣은 “ 아빠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궁금해 하지만 오빠는 단호하게 “네가 결정해야 한다. 어떤 와인을 만들 것인지 너의 결정에 달려있다”라고 말하며 동생의 결정을 존중하고 기다려 준다. 대한민국이라면 어땠을까? 백 프로 장남이 모든 걸 결정했겠지! 동생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 해도 “ 아버지라면 이렇게 하셨을 거야, 나라면 저렇게 했을 거야 “ 하고 충고와 질책을 아끼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프랑스는 확실히 달랐다. 마지막에 삼 남매와 오래된 아버지의 와인 관리자 네 명이 모여 와인을 시음하고 세 남자 모두 쥴리엣을 인정하면서 쥴리엣만의 와인 향과 맛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 당당하게 “거시기 하나 더 있다고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라” 하고 말하는 쥴리엣의 말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 캬!! 이래서 프랑스 여인이 매력적인 거구만.. 사실은 나도 꼭 해보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실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기에 더 멋졌어 쥴리엣 “
막내동생 제레미가 처가살이하면서 느끼는 고통은 대한민국이나 프랑스나 똑같구나 싶었다. 하지만 장인어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말하고 독립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도 아랫사람 다루듯 마음대로 하는 건 장인어른이 확실히 잘못했다. 와인 시음 후 먹은 와인을 뱉는 거라고 말하는 장인에게 제레미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쫄지 않고 자신 있게 삼킬 수 있는 거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용기가 가상했다. 많이 무서워 보이더구먼 장인어른 ^^
두 동생에게 와인 밭 지분을 맡기고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로 가는 장남의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부터 장남으로서 느껴야 했던 책임감, 부담감을 다 떨쳐버리고 자신의 방식대로 결정하고 가족에게 돌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제목만 보면 브루고뉴로 돌아와 아버지의 와이너리를 승계하고 열심히 정진한다 뭐 이런 식의 스토리를 예상하게 되는데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 가족들이 있는 곳에 있다는 걸 깨닫고 돌아가는 거다. 언젠가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다시 돌아와 동생과 함께 멋진 와이너리를 만들어 갈 수도 있지만 지분을 팔아 자기 몫을 챙겨 떠난다거나 재산 때문에 눌러앉는다는 뻔한 결말이 아니라 신선했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며 동생들을 믿고 맡김으로써 아버지의 땅을 지킨다는 결말이 우리나라의 장남 중심 사고방식과 많이 다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장남도 자기 인생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나도 믿는다. 대한민국에서 장남들이 떠안고 사는 짐이 얼마나 큰가? 이제는 부모도 장남도 그 짐을 좀 내려줄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장남 짐부터 내려줘야겠다. “ 아들아, 엄마는 엄마 혼자 잘 먹고 잘 살 테니 너는 네 인생을 살려무나, 행복해라 큰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