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웬디를 보고
주인공 웬디 역을 맡은 다코타 패닝.. 잘 자랐네! 어릴 적만큼은 못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미모는 남아있었다. 영화는 자폐증 소녀 역을 맡아 천재적인 기억력과 창의성을 가진 스타트렉 덕후인 웬디가 반려견 피트를 데리고 공모에 응모하기위해 우편배달 기일에 맞춰 직접 시나리오를 들고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혼자 버스를 타고 파라마운트사를 찾아가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살고 있는 조카가 자폐라 남다른 시선으로 웬디를 보게 되었다. 사실 웬디는 자폐증이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는 수준이니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내 조카의 경우는 언어 소통이 되지 않고 감정조절이 안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늘 엄마가 곁에 있어야 했고 학교를 가서도 특별히 관리를 받는 정도였다. 다행히 미국은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장애우에 대한 국가 정책이 잘 되어 있어 학교를 다니거나 졸업 후 취업하는 부분도 그렇거니와 지원금도 있어 한국 복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웬디의 엄마가 돌아가시고 언니 오드리가 느꼈을 부담감이나 죄책감이 얼마나 컸을까? 싱글맘으로 두 딸을 키운 웬디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웬디를 잘 보살필 자신이 없었을 언니 오드리가 결혼해 자신의 아이가 생기면서 동생을 복지시설에 보내고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상상이 된다. 부모가 아닌 이상 평생 자신의 삶을 희생해 누군가의 삶을 보살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웬디의 입장에서 언니 집에서 조카를 보며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컸을 테고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생은 스스로 혼자 서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 참 대견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과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끝까지 완수하는 과정이야 말로 최고가 아닐까? 비록 공모전에 탈락하긴 했지만 글을 쓰고 LA까지 혼자 찾아가서 제출하는 과정속에서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했는지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가끔 결과에 좌절해 결과가 과정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실수를 종종하게 된다.
나 또한 몇 달간 혼자 써온 글을 무작정 투고해 본 경험이 있지만 투고 후 돌아온 답변에 적잖이 실망을 하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글을 쓴 목적이 책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가 목적이었기에 과정속에서 충분히 나는 나를 치유했고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웬디도 마찬가지 아닐까? 가족과 떨어져 규칙대로 하루 일과를 보내며 혼자서 겪었을 외로움도 스타트랙과 함께 하는 동안은 모두 잊어버리고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혼자 장거리 여행을 가면서 도둑도 만나고 사기꾼도 만나고 노숙도 해보고 정처 없이 걸어도 보고 스스로 버스 티켓을 사보고 자신의 생각을 큰소리로 외쳐도 보고.. 이보다 더한 인생공부가 어디 있으랴? 여행을 하는 동안 길 위에서 배우는 것 들이야 말로 진정한 삶의 단편들이며 그 단편들이 모여 인생의 장편이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웬디가 앞으로 계속 글을 쓰면서 성장해 나가 듯 나도 멈추지 않고 계속 글을 쓰며 인생의 장편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나는 아직 내 인생의 반도 안 살았거든.. 앞으로 최소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 앞으로 10년만 글을 써도 인생 대 서사시가 나올 거고 그러다 보면 책이 될 날도 오겠지.. 웬디가 내게 가르쳐 준 소중한 가르침이다. ”고마워 웬디 우리 열심히 한번 더 써보자 될 때까지 화이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