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도 잊었지만, 어른이란 저런 모습인 겐가, 엄마만 저런 걸까 실망했던 모습이 있다. 집에 찾아온 누군가와 맞장구치며 신나게 얘기하다가 그 아짐을 배웅하고 돌아서자마자 방금 떠난 그 이에 대해 흉을 잡는, 아마도 혼잣말이었을 텐데 그런 종류의 말을 내뱉었던 표정과 말투만 오래 기억에 남아.
한동안, 아주 오래, 면전에서 웃으며 말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되었더라지. 바로 내 엄마가 내 눈 앞에서 하하호호 하던 이에 대해 돌아서자마자 정반대의 감정을 쏟아내던 그 순간이 너무 강렬했어서. 그의 딸인 나도 저런 모습일까봐 오래 염려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의 뒷이야기를 하게 되는 게 사람이구나, 그와 직접 연이 없는 이에게 그의 흉이라도 보지 않으면 마음이 힘든 상황이란 게 있지, 어른들 얘기라 귀담아 듣지 않고 너무나 빨리 전환된 말투와 표정만 또렷이 박혀 그렇지 어쩌면 그가 돌아서서 그렇게 반응할만한 얘기들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사람 사는 거 거기서 거기, 칭찬을 하든 흉을 잡든 어차피 그때그때 감정에 따르는 일이고 그런 사람이려 하든 아니려 하든 눈 앞에서 감정 못 이기고 당자한테 욕지거리 하거나 멱살잡이 하는 것보단 낫다 싶은 일들도 여러 차례 보고 듣고 겪고 보니 그의 앞뒤가 달랐던 그 때 그 행동이 차라리 현명하게 자제심을 발휘한 선택이었으려니 싶기도 하다.
워낙에 남에게 자기 자랑하지 않고 이 말 저 말 과하게 쏟아내지 않고 내세우기보다 듣는 쪽이었어서, 아주 꼭 필요하다면 욕설이고 삿대질이고 이판사판 싸움질이고 못 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 나름 감정이 건드려지는 무언가에 대해 참고서 한 행동이려니. 왜냐하면, 그는 교양있고 올바르고 우아한 사람이고 싶었으니까.
내가 오래 그려왔던 바람직한 사람의 모습도 실은 그와 엇비슷해서. 어느 정도 타고 난 기질과 호응해주는 환경 덕에 갖출 수 있는 미덕이어서 아마도 그도 가끔 잘 되지 않았고 나도 대체로 실패하는, 되고자 하는 그 모습과 정반대였던 그 때 그 상황에서의 그 모습은 이제 잊어주는 게 좋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