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좋아했던 공간을 홀로 걸으며, 아, 이 길을 엄마와 걸었던 적이 한 번도 없구나, 이 좋은 풍경을, 이렇게 가까운 데 있는 걸, 어지간히 멋지다는 풍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장소에 엄마와 함께 와 본 적이 없구나. 유명하지 않아서, 마음 먹고 올 곳은 아니라서, 현관을 나서 발길만 잡으면 되는 곳이어서 언제든 언젠가는 올 수 있는 곳이라 여겨서, 그와 한 번도 이 길을 같이 걷지 못했구나.
맛난 것, 멋진 곳, 신나는 일을 만나면 동생은 늘 엄마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외할머니에게 저걸 사다 드리면 잘 드셨을 텐데, 저길 모시고 갔으면 참 좋아하셨을 텐데, 저걸 했어야 했는데, 란 말을 참 많이 했더라고. 아이들이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엄마, 할머니 많이 보고싶은가봐, 안쓰러워하며 말하더라나.
나에겐 그런 음식, 그런 장소, 그런 일들이 많지 않다. 그의 생전, 대부분의 시간을 마음으로 그와 싸우느라, 상당히 많은 시간 홀로 그와 화해하느라, 내가 모르는 시간까지의 그 삶을 상상하며 한 사람으로서 그를 오롯이 만나느라. 그리고 사실은 그 모든 노력이 내 삶을 위한 것이었어서.
차가운 비가 내리고 온 세상이 촉촉이 젖은 채 온통 울긋불긋 물든 계절에 냇물이 흐르고, 새가 날고, 새가 퍼득이고, 나뭇잎이 휘날리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아있을 듯 우뚝한 나무들이 묵묵히 서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편안히 변해가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풍경 안에서, 여기는 내가 참 좋아했지. 이런 곳을 내가 좋아한다고 엄마에게 말해 본 적이 있었던가? 싶으며. 그런 이야기 나눌 시간은 좀 있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오랜 세월 걸쳐 쌓은 감정을 풀어내기는 하였어도, 체온 따스한 그와 마주 혹은 나란히 앉아 엄마 나는 이런 걸 좋아해, 엄마는 뭐가 좋아? 말해본 적이 없구나. 어린 딸에게는 때때로 언제 행복하느냐 묻고 그래그래 끄덕이는 엄마로 살면서, 그래서 이따금은 내게도 물었던 그 질문을, 나의 엄마에게는 해본 적이 없었구나. 하늘이 새파랬다면 더 좋았겠지만 가을을 담뿍 담아 알록달록 풍성한 공간을 걸으며, 그렇게 물을 일이 이제는 정말 없구나, 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