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64

by 포근한 바람

중학생 쯤이었을 것이다. 초등 고학년 때였을까? 친구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개는 동네에서 여럿이 다 함께 어울리던 아이들이었다. 특별히 너하고 나하고만 친구, 이런 관계가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어느 시기쯤이었다.


그 아이가 누구였는지도 이젠 기억에 남아있지 않으니 저 '특별한' 친구는 아니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그 친구 중 하나가 아주 친밀하게 다가오며 내게 팔짱을 끼어서 깜짝 놀라고 낯설었던 느낌. 그때까지 내게 친구든 누구든 팔짱을 낄 수 있을 정도로 물리적으로 가까웠던 사람이 없었나 싶게 당황스럽기까지 했던.

비슷한 또래의 동네 아이들과 천방지축 나돌아다니며 놀기도 많이 놀았다. 키 작은 진달래가 잔뜩 피어난, 다녔던 초등학교 교가에 당당히 등장하는 동네 뒷산을 오르내리며 별별 놀이를 많이도 했고 추수 끝난 남의 논에 들어가 잔뜩 쌓아놓은 짚으로 온갖 가구집기들을 만들며 놀았던 기억도 있다. 방과후에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학교 운동장에서 또래 아이들이 할만한 놀이들은 다 하고 놀았으니 친구가 없지는 않았을 텐데.


언제나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는 감각을 더 오래 더 길게 가지고 살았던 까닭에 고개가 갸웃해지며.

어느날 불쑥 내 팔을 잡고 찰싹 다가와 갑작스럽게 거리를 좁혀왔던 아이에 대한 낯설음이 꽤 오래도 가서.

아마도 가족 간에 신체적 거리가 그다지 가깝지 않아서 그 아이의 행동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진 것 아닐까 짚어보며.


대체로 내게는 차가움에 가까웠던 그가 떠오르고.

주로 내게 화가 났을 때 한 말이지만 실은 내게 차갑고 냉정하다고 가장 많이 이야기한 이가 그였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찾아내기 전에 하도 들은 말이라 내가 그런 아이면 그렇게 만든 이는 엄마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저렇게 다가오는 아이도 있었는데 내가 차가운 게 아니라 내겐 따뜻하지 않았던 엄마가 있는 것뿐이라고 오래 생각했던 것인지도.


나에 대한 그의, 맞지 않았던 여러 말 중 또 하나.

적어도 22년 동안 나는 나의 아이에게 차가운 엄마가 아니었고, 30년, 그 이상 가까운 모든 이들에게 냉정하기만 한 존재로 남아있지 않고, 살짝 친해진 김에 훅 다가와서 나를 당황하게 했던 어릴 적 그 아이처럼 스스럼 없는 행동은 여전히 낯설지만 내가 당황스럽다고 그 아이를 밀치거나 팔을 빼내지 않았듯이 그러면서 나의 느낌과 마음을 오래오래 살펴왔듯이 사람의 마음이란 것에 대해 둘레둘레 짚어보는 이로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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