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00일의 기록 71

by 포근한 바람

2017년 한글날. 연휴 지나 한갓진 휴일. 남편과 모처럼 멀리 있는 북한산에 오른 날. 산 정상에서 막 내려오려는 중에 아부지 전화를 받고. 연휴 내내 편치 않았던 아내를 보고 작은 아부지 내외가 어디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는 거 아니냐고 했다는 얘기. 기운이 없어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자식들 손주들 보며 즐거워했던 그를 본 게 말 그대로 엊그제인데. 그 사이 그가 더 안 좋아진 것 같다는 아부지 말에, 정상에서 산 밑까지 거의 달리듯이 내려와 바로 시골 집으로 갔던 날.


휑 하니 넓은 거실 전기장판 위에 덩그러니 누워있던 모습. 다른 데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열이 있다 하나 추워하는 정도는 아니고, 오늘 휴일이니 내일 다시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며. 사들고 간 죽을 나눠 먹고. 늘 밥맛이 좋다 하며 잘 드시던 그가 입맛이 떨어져 뭘 잘 못 먹는 건 확실히 이상 증세라고 생각하며. 조심조심 그의 몸을 마사지하며 시골 내려와서 병치레를 여러 차례 했지만 다 잘 지나갔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그 날이, 그 집에서, 열이 나고 기운 없는 것 외에는 멀쩡했던 모습의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이 날 이후 그의 삶이 겨우 한 달이 채 이어지지 못할 거라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던. 그래서, 이 날만 되면, 그래도 그 날, 아부지 전화를 받고 모른 체 하지 않고 허둥지둥이라도 다녀온 게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이 날 이후 그렇게 짧게 살 거란 걸 알았으면 뭘 더 할 수 있는 게 있었을까 되짚고 또 되짚게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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