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내가 세상에 함께 존재한 시간은 사십 칠 년. 그 시간 동안 그와 내가 함께 했던 일, 나눈 얘기가 얼마나 될까. 돌이킬수록 참 많지 않구나, 내 삶을 사느라, 내가 원하는 방식의 관계를 만드느라 실은 그에 대해 더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버렸구나.
흰꽃나도사프란, 무스카리, 수선화, 송엽국, 꽃잔디, 그래도 그들이 가장 예쁜 모습을 한 번은 보고 떠났으니 다행이려나. 사과, 배, 복숭아, 감, 밤, 대추, 매실, 구기자, 복분자, 다양하게도 심은 열매들을 이집저집 나눠주며 풍성히 산 시간이 있으니 덜 아쉬웠으려나.
그가 아직 그 공간에 살고 있다면 지난 시간 동안 저 공간들이 더 살뜰하게 더 아기자기하게 더 풍성하게 변화했을 테지. 그가 만들어놓은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데도 허덕이면서 그래도 조금씩은 이렇게 저렇게 애는 써보면서 지금까지 오기는 왔으나.
사실은 저 곳에 대해 그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알지 못한다. 이제부터 들으려니 했던 그 시기에 그가 떠나버려서. 그 역시 이리저리 궁리가 많았던 시기고, 소망이 더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졌을 때는 아니었어서, 더 자세히 물을 때가 아니긴 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