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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Nov 16. 2021

교회를 간 무신론자

감성 에세이


 새벽에 교회에 갔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교회 입구가 참 따뜻해 보였다.


 새벽 일을 마치고 외로이 산책했다.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고 앙상해져 가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느리게 추운 새벽을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몸이 제법 으슬으슬 추워져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도중, 멀리서 비치는 불빛을 봤다. 그 불빛은 내 눈동자에서 아웃포커싱이 되어 흐릿하고 동그랗게 퍼져 은은하게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빛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왠지는 몰라도 그 빛 쪽으로 가면 몸이 따뜻해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멈춰선 곳은 교회 입구였다. 사방이 어두워서인지 이 부분만 유달리 밝아 보였다. 하나의 '통로'처럼. 안에서는 희미하게 찬송가가 들렸다. 아마 새벽 예배를 드리고 있으리라. '들어가도 되려나..' 잠시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그 '통로'의 빛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제법 무거운 문을 조심스레 열어 예배하는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고 환한 조명이 비추는 단상 중앙에는 목사님이 서 계셨다. 나는 아무도 없는 맨 뒷 줄, 긴 나무 의자에 조용히 착석했다. 다행히 아무도 나의 존재를 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몇 번의 찬송가가 계속되는 동안 아주 근본적인 종교적 질문을 했다. '신은 있는 것일까?'. 나는 믿음이 부족해서 믿음이란 것을 완벽히 가져본 적이 없다. 종교뿐만이 아니라 주변인, 친구, 가족 심지어는 나 자신도 믿지 못한다. 앞에서는 티를 안 내지만 내 마음속에는 불신이 가득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 현실적이다.', '너무 냉철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사실이다. 이런 나의 의심 많은 태도는 나를 점점 차가운 모서리로 몰고 갔다.


 그렇게 의식의 흐름 속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주변이 적막함을 느꼈다. 고개를 조아린 사람, 흐느끼며 기도하는 사람, 조잘거리며 기도하는 사람, 두 팔을 뻗어 기도하는 사람 등 각자 기도하는 방법이 달랐다. 나도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내 두 손을 맞잡아본 게 얼마 만인가, 어색했지만 이내 기도에 집중했다. 무신론자는 신에게 나지막이 기도했다.


 '따뜻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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