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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옷은 왜 따뜻할까?
감성 에세이
by
Jun
Nov 17. 2021
장롱 깊숙이 겨울옷을 꺼내 정리한다.
자주 입어서 낡은 옷들,
거의 입지 않아 새것 같은 옷들,
유달리 편한 옷들,
추억 묻은 옷들,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옷들,
옷을 하나둘 정리하다 멈짓,
군데군데 생긴 보풀과 늘어난 소매, 빛바랜 색
아주 낡아버린 스웨터 하나.
벌써 3년째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 매번
고이 접어 다시 장롱 서랍에 둔다.
이 옷을 입고
눈 내리는 겨울밤 사랑했던 연인과 오래도록 걷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거리를 쏘다니기도 했고
마지막 어머니의 병문안도 갔었다.
어머니는 옷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등을 쓰다듬으며 말씀해주셨고
친구들은 오늘 좀 괜찮다며 멋쩍게 말했고
사랑했던 연인은 내 품에 폭 안겨 스웨터가 참 보드랍다고 했다.
이 낡은 스웨터엔
어머니의 고운 손길,
우정,
사랑,
그리움이 묻어있다.
참 따뜻했던 이 스웨터는 낡아버려 더 이상 입지는 못하지만
겨울날의 아름답던
기억들을
고스란히
담아
다시금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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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스웨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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