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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기록

2025년 현재. 순항 중

by 양M


아들은 올해 고3이다. 충남 예산 대흥고에 재학 중이다. 부산 소재 국립대학 진학으로 가닥을 잡는다. 해군장교가 되고자 한다. 어린이집은 경남 진해에서 다니고 유치원은 경기도 평택에서 다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부산에서 나왔다. 군 자녀로서 성장해 온 전형적인 학업 이력이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한민고 여름방학 캠프에 갔었다. 한민고는 경기도 파주에 있다. 이사 많이 다니는 군 자녀 대상으로 입학 기회를 주는 기숙형 사립고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육해공 현역 간부들이다. 졸업생들 중에 상당수가 사관학교로 진학한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의 터전이다.


당시 아들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혼자 KTX를 타고 갔다. 서울역에서 한민고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어디서 타고 내리는지를 아내가 세세하게 교육했고 아들은 실행했다. 캠프 참가자 대부분이 학교 교문 앞까지 부모님 승용차를 타고 왔다고 아들이 말했다.


본인은 혼자 갔는데 말이다.


단독으로 장거리 여행을 했었던 생애최초의 경험이었다. 낯선 친구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지냈었던 4박5일이었다. <한민 리더십 캠프> 참가 경험은 아들에게 '군인'이라는 직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한 계기로 작용했다. 집과 가족을 떠나 살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을 맛봤다.


아버지가 육군, 공군인 친구들과 함께 방을 썼다고 한다. 밤새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해군 아버지에 대한 자긍심을 크게 느꼈다고 전한다. 육군 아버지를 둔 친구가 전해준 최전방의 겨울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 상황이랬다. 공군 아버지를 둔 친구는 전투기 굉음이 엄청 크다고 했단다.


아들에게는 아파트 만한 군함을 몰고 다니는 아빠가 항상 최고였다. 올 블랙이나 화이트, 해군 정복이 주는 심쿵한 세련미에 익숙한 것도 한 요인이다. 아는게 해군이라서가 아니다.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가려는 길에 대한 확신을 스스로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가끔씩 부산에 내려오는 아들이 듬직하다. '집안'이라는 용어를 쓴다. 본인 위치를 알아차렸다. 호랑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아빠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짐작하겠다 한다. 다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픈 게 군대다. 누군가 해야 할 일임은 분명한데도 말이다. 군 가족들은 제2의 현역이다.


본가에 들어가 산지 3년만에 아들은 호랑이로 성장했다. 함박눈이 내려도 강아지처럼 종종거리지 않는다. 동영상 찍어서 눈 구경 잘 못하는 부산 가족에게 보내 줄 정도다. 아들이 태어나던 해 아부지께서 본가 현관 옆에다 심으신 전나무가 지붕 높이만큼 자랐다. 더 높이 자랄 것이다.


#ym #시골 #熱每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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