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만원, 생일축하금
시골에 계신 아버지 생신으로 온 가족이 모였다. 부산 사는 큰 아들, 서울 사는 작은 아들이다. 밖에 나가 외식을 했다. 집에 돌아와 케잌을 나누고, 선물을 전했다. 현금 봉투였다. 올해부터 '생일 축하금'을 드리기로 했다. 해마다 1만원씩 증액하는 방식이라고 설명을 드렸다. 말없이 수락 하신 듯.
치료 중에 베스트는 금융치료라는 말이 있다. 마음에 돈을 담을 수는 없지만, 돈에 마음을 담을 수는 있어서 유용하다. 아버지께서는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입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으시다고 하니 현찰이 답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모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가 국민학생 시절에 열매당(본가) 대문 앞마당에서 놀던 얘기를 하셨다. 친구들과 놀라 치면 앞집 문간방 문이 삐그덕 열리면서. "얘야 시끄러우니께 딴 데 가서 놀어라~" 하시던 할아버지가 계셨다는 것이다. 당시, 흰수염에 호호 할아버지께서 예순셋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격세지감이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예수님 말씀을 따라 걷는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은 가족 아닌가. 가족의 범위를 확장하면 그게 곧 이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족 섬김도 없는 선교와 봉사는 나약한 변명이다. 핑계다. 주님은 우리들에게 은혜와 함께 양심과 이성 또한 주셨다.
두 아들에게 두둑한 봉투를 전달 받으신 아버지는 방으로 잠깐 들어 가시더니, 손주들에게 주실 용돈봉투를 여러장 만들어 나오셨다. 세대를 아우르는 금융치료의 효능은 음~ 탁월했다. 차담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팔순 얘기가 나왔다. '가족식사'와 '마을잔치' 사이에 적절한 지점을 찾기로 했다.
왜냐하면, 지금 시골에서는 구순, 백수를 지내시는 분들도 흔히 계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팔순도 환갑처럼 평범한 일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시대조류는 차치하더라도 가족이 모이는 일에는 경중이 따로 없는 법이다. '모인다'는 그 자체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같은죄인살리신 #못난소나무가선산을지킨다 #열매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