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두끼면 족한 하루임

세끼도 많다

by 양M


"天依人 人依食 萬事知 食一碗"

(한울은 사람에 의지하고 사람은 먹는데 의지하나니, 만사를 안다는 것은 밥 한그릇을 먹는 이치를 아는데 있느니라.) 고향 마을에서 목신제 지낼 때 읽는 축문이다.


밥 한그릇 지어 본 적 없던 내가 아내의 보조 셰프로서 짜장을 볶는다. 샘터공동체 주일 식사 준비는 엄연한 예배의 일부분이다. 이웃을 섬기는 사랑의 실천이다. 함께 먹음으로 힘을 낸다. 성찬식에 다름아닌 순서가 성도들의 식사교제일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셨고, 또 사람들은 종교를 만들었다. 기독교는 이 땅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교들 중의 하나다. 현실 세계의 많은 이들이 증언한다. 무슨 종교건, 학문이건 궁극의 경지에 이르면 어떤 한 가지로 수렴한다고 말이다.


영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동시에 사는 신앙인임을 떠나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이 먹고 마시고 입는 일 아닌가 싶다. 공예배는 빙산이다. 수면 아래 부분이 훨씬 크다. 그동안은 물 밖의 표면에서 뛰놀던 어린이였다. 심연에 침잠해 있는 공동체 조직의 묵중한 책임, 노고와 헌신들을 너무 몰랐다.




짜장을 볶으며 생각했다. '내가 나 된 것은 정녕 은혜임을..' 샘터를 마련하시고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로 인도해 가시는 주님의 뜻하심은 과연 무엇일까? "맛있어져라 얍!!"


하늘의 이치? 기독교적으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의미한다. 아무도 모른다. 성서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게 보는 것일 뿐이다. 어느 누가 감히 안다고 말할 것인가. 종교적 확신만큼 위험한 신념체계가 잘 없다.


나 역시 모른다.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말이다.

창조주 하나님, 전능자 하나님, 삼위일체의 하나님을 따라 복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중에 일인임을 자각할 뿐이다.


'그리스도인'이 그닥 호혜적 호칭이 아닌 시대를 살고 있다. 레알 참 트루 크리스천들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다. 신앙은 믿음에 머물지 않는다. 신앙은 체험을 넘어 지속적 경험이며 삶을 추진해 가는 동력이자, 은혜의 반사판이다.


생의 반환점을 막 돌았다. 지금까지 쌓아 올리는 인생길을 걸어 왔다. 이제부터는 내려 놓으면서 걷는 구간 시작이다. 함께 걷는 아내와 얼마나 동행할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다. 어제와 내일에 붙들렸던 삶에서 풀려나온지 4년이 지났다. 오늘. 지금. 여기.에 안온히 존재하며 살기를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아버지 생신으로 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