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노미??
“One shot.. One Opportunity."
미국에 유명한 백인래퍼 에미넴이 2002년에 발표한 곡 ‘Lose Yourself'의 가사 한 소절입니다.
필자에게는 사춘기가 없었습니다. 17살 아들과 15살 딸을 키우며 알게 된 사실입니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아유슈비츠에서는 어린아이가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수용소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공포로 꼬맹이들의 철없음이 모두 상실 되어버렸음을 말합니다.
필자의 철부지 시절.. 갖가지 가정사들로 부모님은 부부싸움이 잦았습니다.
가전제품을 수시로 바꿨고, 어머니가 크게 다친 적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동기에는 딸꾹질하고 오줌을 지렸습니다.
청소년이 되고 자의식이 생기자 공포보다는 일종의 오기로 작동했습니다. ‘가능한 빨리 신속하게 여기를 벗어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도 가출을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공식적으로 독립하고 싶었습니다. 문제아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필자는 부모님의 큰아들이기 이전에 충남 청양군 운곡면 ‘남원양씨' 집성촌의 '충민공파 15대 장손’이라는 정체성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상당히 많은 어른들로부터 세뇌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시기에 기숙사가 있는 실업계고교 진학을 시도했었습니다. 당시 부모님들 중 누구도 필자의 진학결정에 상관하지 않았지만, 진학상담 선생님의 완강한 반대로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습니다. 고교시절 3년을 대부분 학교와 교실에서 보냈습니다. 억압과 폭력은 기본이었습니다.
인격모독과 한줄 세우기 경쟁이 일상이었습니다. 명문대 진학으로 모든 것은 정당화 되었습니다. 필자의 인생에 진짜 ‘아유슈비츠 시절’ 이었습니다. 중학교 상담선생님 말씀 중에 ‘손에 기름 묻히는 일’ 없는 거 말고는 모든게 달랐습니다.
매일이 불안했던 가정 덕분이었습니다. 조기독립을 염원하고 있는 학생에게 '집을 떠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는 사관학교 진학은 피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렇게 군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26년간 자아를 묻고 조직의 일원으로 지내왔습니다.
에미넴의 노래 제목처럼 ‘Lose Yourself'를 끊임없이 중얼거렸습니다.
일가와 종중 어른들과 상관없는 자발적 세뇌를 감행했습니다. 필자는 힙합 마니아도 에미넴 팬도 아닙니다. 단지 이 곡의 랩에 담긴 지독한 가난, 불우한 가정환경을 탈출하고 싶은 그 절박함에 공감합니다. 그 고백이 비트와 리듬의 완벽한 조합으로 탄생했음에 감동합니다.
우리에게 'One Opportunity'는 '단 한번의 인생'입니다. 저마다의 ‘One Shot'은 모두에게 있습니다. 단지, 그게 뭔지 아는 사람. 아직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한때는 세상 속에서 특별한 삶을 사노라 여겼었습니다. 지금은 생生-노老-병病-사死의 순리와 관官-혼婚-상喪-제祭의 법도를 따라가는 평범한 중생인 것에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필자에게 글쓰기는 이 생의 조각들을 짜깁기하는 작업입니다. 필자의 삶은 몆차례 세상에 줘터지고 차였습니다. 짓 밟히고 부숴졌습니다. 그런데 파편들이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바닥에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이것들을 하나.. 둘.. 조심스럽게 복원합니다.
우리 저마다의 인생은 눈이 부시도록 화창한 봄날에 가볍게 떠나는 소풍입니다. 모두에게 주어진 단 한번의 기회입니다. '사람이 세상에 남기는 유일한 흔적은 글'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독자의 손에 들려 있는 이 책은 필자의 ‘One Shot'입니다.@
#양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