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소설
《황무지가 장미꽃같이》 김진홍, 한길사, 1999
나는 김진홍 목사를 모른다. 일면식도 없다. 그의 설교 한편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를 기억하는 사실이 한가지 있다. 오래전 시골 아부지 방엔 김진홍 목사 설교 카세트 테이프 전집이 있었다.
한 날은 설날 추모예배로 모인 식구들 앞에 아부지가 그의 설교를 틀어 놓으셨다. 평소 감명깊게 들으셨던 말씀을 식구들과 공유 하려고 하셨는데 나와 가족들에겐 들을 귀가 없었던 듯 싶었다. 식구들은 집중력이 떨어졌고 아부지는 카세트를 끄셨다.
김 목사의 낮게 깔리는 대구 사투리와 느릿느릿한 음색은 설교라기 보다는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에 더 가까울 듯 싶다. 남구도서관 서가에서 그의 자전소설 3권을 뽑았다. 두레교회, 두레공동체로 유명한 저자의 자서전이나 다름 없는 내용이었다.
굳이 '자전소설'이라고 명기한 나름의 의 이유를 짐작한다. 아마도 저자는 사람들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책 내용에서 오는 각종 이해 충돌 사안을 '소설'로 갈무리 하려는 것이다. 실제라고 믿기에는 너무 극적이고 적나라한 내용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가 아닐까.
우리 삶을 이야기 하자면 저마다 대하소설이라도 써야 할 판이다.
김 목사의 자전소설에 깊이 공감한다. 이 땅에서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살려 애쓰는 한 인간의 몸짓과 그 몸짓을 살피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깨닫게 되었다.
70년대 서울 청계천 판자촌 빈민선교를 시작으로 오늘의 두레공동체에 이르는 그의 목회 인생은 한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극도로 어려운 시절을 주님의 은혜로 살아낼 수 있었던 기억으로 오늘의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한다.
이 책은 대출이 많이 되었던지 페이지가 너덜거리고 뜯어지기도 했다. 가관인것은 첫 페이지부터 큰 여백에는 누군가 커다랗게 낙서를 해 놓았다. 아마도 전화하면서 통화 내용을 끼적여 놓은 듯한 내용이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시는 분들의 흔적인가. 잠깐이지만 씁쓸했다. 저자는 젊은 시절 넝마주이 생활도 하며 도시 빈민들을 섬겼다. 여전히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일을 계속하며 갖가지 욕을 먹고 있다고 한다.
정말 억울하게 세상 사셨던 분 치자면 우리 예수님만 하신 이가 없다. 주님은 모든 걸 아신다.@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