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로만

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좋겠다

by 양M

《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박경옥, 나무옆의자, 2019


식탁 위에 올려진 책이었다. 남편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아내가 에둘렀다. "샘터 추천 도서에요~" P권사님께서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해 주셨다는 것이다. 책 권하는 우리 교회가 참 좋다. 퇴직자인 나보다 살림꾼 아내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다. 필자의 토막글에 격려해 주시는 P권사님!


여성들의 공감 능력을 따라갈 남성은 없다. 마음 써줌에 감사하는 의미이자, 아내를 현재에 처하게 한 당사자로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와 13년 연배 차를 오프셋하며 헤아렸다. 다행인 것은 아내가 사모님 언저리에도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관사 생활을 짧게 했던 게 약이 됐다.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저자의 남편이 번듯한 직장을 잃게 된 것이 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TV 먹방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서가 결코 아니다. 그만큼 배고파 본적이 없는 게 본질이다. 맛깔나게 사는 저자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속단할 수 없지만 본인, 배우자, 부모님과 자녀 모두에게 결과적으로 더 큰 성장과 성찰을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하리란 믿음이 있다. 다들 의아스러워 하는 이른 정년퇴직이 정말 내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한가지 용도의 공구가 공구함에서 나왔다.


'이렇게만 쓸 수 있다.'는 용도의 합목적성만을 따졌었다. '저렇게도 쓸 수 있음.'을 이제 비로소 궁리하기 시작한다. 분석하고 따지기에 익숙했다. 내가 창의(創意)와 경청에 소질이 있는 줄은 몰랐다. 피로감이 없다. 재미있기까지 하다면 이건 정말 해봐야 할 일 아닌가. 와이랩이 그거다.


또 하루가 저문다. 즐겁게 독서했다. 그 감흥이 채 가시기 전에 이렇게 글쓰기 해 두는 일이 꽤 만족스럽다. 읽기는 시작이다. 거기서 그치면 미완성이다. 강한 실천 동인(動因)이 바로 글쓰기다.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실천했다. 내게 주어진 삶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원본 그 자체다.@


P.S. "남편이 퇴직해서 아내가 돈 벌었다는 얘기에요.."

아내의 한 줄 서평이다. 내 글이 길었다. 본질은 참 쉽다.


#서평 #여보살림잘할께 #ymedulab #세상만사의이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뜻으로 본 한국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