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두요
늦은 시각 집에 들어왔다.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청국장 냄새가 구수하다.
"폴킴이 쓴 책을 읽다가 왔어 감동이야."
"누군데요?"
"음.. 그냥.. 나같은 사람이야."
"잘 생겼어요?"
"푸핫! 당신이 그런 농담도 해?"
《다시, 배우다 RE:LEARN》 폴김, 한빛비즈, 2021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식사하다가 부부사이에 나눈 대화다. 식탁 분위기가 급냉했다. 말 없이 식사를 마쳤다.
"콩나물.. 쉬어서 버렸어요."
"사다 달라고 하더니 사람 힘 빠지게 참!"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다음부터 반찬은 당신이 직접 사!"
"그럴 수도 있는 건데 당신 참.."
웃다가 싸우다가 다시 눈물 쏘~옥 빠지게 한바탕 웃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나는 화가 나서 얘기했다. 이번 건은 공감적 경청을 할 내용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 하는 아내 생각해서 반찬 사다주는 건 배려가 아닌가. 그런 배려를 우습게 알고, 제 때 안 먹어서 버리고 하는 건 남편을 부려 먹는 것이다. 나는 그런 호갱은 절대 아니다!
아내는 그까짓 콩나물이 부부 사이의 관계보다 중요한 거냐며 흥!하고 토라졌다. 그렇게 질책하면 무슨 얘길 할 수 있겠냐며 혼자 궁시렁 거리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식탁에 앉아 그러고 있는 아내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측은지심이 생겼다.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커피 할 꺼에요?" "아메리카노 스틱이 있는데.."
"나는 믹스로 먹을꺼에요."
"가만.. 믹스는 없는데..?"
"그럼 저 밑에 있는 하삼동에 가서 까페모카 사다줘요."
"뭐?? 뭣이라고?? 이이.. 사람이.. 지금.. 푸핫!!! ㅎㅎㅎ"
"ㅎㅎㅎ 그거 사다 주면 그게 정말 호갱이지.. 당신도 참.."
아내는, 같이 먹는 반찬 사다주는 게 무슨 배려냐고 한다. "당신도 먹지 않냐?"고 되묻는다. 맞는 말이다. 비록 내가 화는 냈었지만 가만히 따져보니 그럴 일만은 아니었다.@
ps. 이제 부부가 함께 시장을 본다. 아내는 반찬을 만든다.
#서평 #너나나나거기다 #프로답게살기 #살아야할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