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비어있듯이 지냈다. 속이 텅 비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기분이 좀 허공을 맴도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가슴이 답답하다가도 조금은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숨을 하! 하고 뱉어내지 않으면 그러니까 있는힘껏 내 심장에 숨을 불어넣어주지 않으면 곧 고장날 것 같았다. 어딘가 고장난 로봇은 늘 버림받는 결말이 생각났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스스로는 그의 영화 중 명작이라 꼽는) <에이아이>에서도 로봇 아이 데이빗은 모니카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하염없이 쫓아가며 사랑을 구걸했고,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는 고장난 헬퍼봇인 올리버가 그의 주인 제임스에게 버림받은 줄도 모르고 반딧불을 찾는다며 그가 있는 제주도로 향했지만 결국 남겨진 가족들에게 또다시 버림받았던 결말. 나도 어딘가 고장난 것 같은데 너로부터 버림받게 될까? 흠집 정도였으면 봐줄만 했을텐데 나도 나를 보면 어딘가 망가져 있어.
며칠동안은 소화도 제대로 못시켜 자주 아팠다. 무얼 먹어도 맛있게 먹지 못하고 꾸역꾸역 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팠는데 항상 식사의 끝은 기분이 나빴다. 소화가 안되니 속이 안좋아 잠도 잘 못잤다. 가끔은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꽉 막힌듯 답답해 숨을 몇번을 일부러 턱턱 쉬며 편해지려고 했다. 온갖 증세들이 역류성 식도염을 가리키는 것 같아 내과를 갔다. 헤엑헤엑 숨쉬는 걸 살피던 의사선생님. 나는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을 받아내고 나서야 안도가 됐다. 역시 나는 나를 잘 알아. 나에게 통쾌함을 느낄 무렵 의사선생님께서 자기 전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이와는 관계없다고 했다. 불안장애가 의심된다고 했다. 내가 뭘 불안해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불안장애가 의심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안도감이 드는게 내 심장도 인정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자주 추락하는 꿈을 꾸었고 불쾌감에 눈을 떠 침대에서 땅을 밟으려 내려가면 또 추락의 시작이었다. 쉬고 싶다. 쉬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