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s All

by 육만호

안녕. 편지 잘 읽었어. 이렇게 글을 잘 쓰고 표현에 거침이 없으면서 너는 왜 글쓰기를 왜 망설일까. 나는 네가 거창한 글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진심이 담긴 문장들을 적어나가는 일들을 절대 멈추지 않았으면 해. 네 덕분에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거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요즘 드는 생각이야. 나 스스로는 내가 사랑을 많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의 사랑을 받는 좋은 사람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 여기서의 초점은 나 스스로가 좋은 사람인가하는 의구심보다는 과연 사랑을 받는 사람일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 늘 내가 주는 사랑보다 내가 받는 사랑이 모자란 것 같다고, 더 많은 애정을 받을 수 없음에 아쉬워했던 거지. 이런 내가 최근에 나 정말 쉽게 경험하지 못할 사랑을 받았구나했던 두 순간이 있었어. 한 번은 내가 친구에게 크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사실 그게 오해였더라고. 근데 그 친구가 충분히 오해를 풀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크게 상처받을까봐 나를 배려하기 위해 그 오해를 끝까지 감내하더라. 나보다도 상대를 생각해서 그런 오해들을 떠안는다는 게 과연 사랑이 아닐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과장 조금 보태서 이런 사랑을 받는데 나는 진짜 콩팥 한쪽은 내놓을 수 있겠다 싶더라니까.


오늘로써 하나가 더 생겼는데 이건 너와 비롯된 사랑이 아닐까 해. 표현을 잘하는 편인 나는, 내가 표현에 서툴지 않은 것도 알고 여전히 부끄러워하지도 낯설어하지도 않지. 내 그러한 표현들을 정말 좋아해주고 내가 포착한 어떤 순간들이나 경험들을 너로 빗대어 너 스스로 나에겐 그런 경험이 없었는지 돌아보게 했다는 게 나한테는 너무 감격스럽고 마음이 뜨거워지는 일인 것 같아. 나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고 그 영감을 귀감으로 여기며 내 삶을 개척해나가려는 시도들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네게 그런 귀감이 되었을 수 있었다는 건 오래오래 잊지 못할 짜릿함으로 남을 거야. 소중한 칭찬들, 너무너무 고마워. 부끄러우니까 꼭 한 번만 읽으라고 했지만 이미 나에게 여러 번은 회자될 사랑 어린 문장들이 됐어. 나를 누군가가 기억하고 멋있다고 해주는 순간들이 있었음을 마음에 새겨나갈게.


내가 며칠 전에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렸었잖아. 내가 지향하는 사랑에 관해 썼던 그 글. 지독히도 솔직하게 올린 그 글이 조금은 창피해서 바로 삭제해버렸는데 네가 그 찰나에 그 글을 봐버렸었지. “아! 바로 삭제했는데 어떻게 봤어. 부끄러워!”라고 했지만 사실은 내 사람들과 조금은 이런 사랑을 공유하고 싶고, 아낌없이 사랑하는 말들을 하자는 나의 직접적인 포부들을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 그걸 읽어준 네가, 그 독자는 그 글이 정말 좋다며 자기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사랑어린 말들은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하는 그 노력에 내심 정말 많이도 고마웠어. 출제자의 의도를 쉽게 맞혀버린 네가, 끊임없이 사랑을 외치지만 오래보다 못해 하얗게 질려버린 내 진심에 검은 느낌표를 남겨준 네가. 내 비밀글을 읽어줘서 고마워. 그렇게 네가 꼽은 사랑어린 문장은 ‘기다리다’였잖아. 우리가 멀어져 연락이 잘 닿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는 말, 진심으로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보다도 나는 너를 기다려.


그리고 편지와 동봉한 하늘 사진 고마워. 하늘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이지만, 선물보다도 이 사진에 담긴 마음이 내가 사랑이라 포착하는 순간이거든. 보통의 일상 속에서 눈앞을 스치는 어떤 유형물에게 스쳐가는 기억으로 당장은 무형인 누군가를 떠올려서 유형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매일의 똑같은 일상 속에 스며든 특별한 사랑을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겠어.


나는 앞으로도 주저없이 사랑을 외치고 사랑을 받는 일에 앞으로도 전력을 다할거야. 아낌없이 표현하고 아낌없이 표현하는 것들을 꼭 받아낼게. 나의 사랑이 부담스럽지 않을까하며 좀 덜어내서 주면 어떨까하는 너의 마음마저도 사랑해. 네가 주는 사랑은 온전하니까 그 사랑들을 기스 하나 없이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내가 될게. 내가 사랑이라 여기는, 쉽게 경험하지 못할 이런 사랑들을 나에게 선사해줘서 고마워. 나 역시도 변치 않는 사랑을 줄게.


이 글에도 끝이 오고 있어. 여러 순간들과 경험들을 나열하느라 두서없이 적어내려간 글은 물음표도 느낌표도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모든 단어와 문장들에 진심이 서리지 않은 건 없으니까 여과 없이 내 사랑을 읽어보고 꼭 끌어안았으면 해.


이 글에는 고맙다는 말이 많을까 사랑이란 단어가 많을까. 세어보지 않아도 돼. 결국엔 그 모든 게 사랑한다는 말이니까. 오래오래 기다리고 고마워하고 사랑하자. 늘 그래왔던 것처럼!


추신. 날이 많이 춥다. 현금 5천원을 동봉해서 보내. 손과 마음이 시릴 때 어느 날 길에서 막연히 마주칠 붕어빵 집에서 손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으면. 더할 나위 없는 소소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사랑이 전부인 너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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