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빨래 같았다. 물을 쥐어짜내지 못해 물을 머금은 무거운 빨래. 내 육신은 축축하고 물기 있는데 내 내면은 그 육신을 겨우겨우 지탱하는 싸구려 플라스틱 옷걸이 같았다. 나도 널어지고 싶어. 보기 좋은 곳에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나를 널어두면 비가 올때 나는 또다시 젖겠지만 그렇게라도 잠시나마 숨쉬고 싶어. 내가 왜 나 따위한테 져야 해. 눈물이 날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왜 눈물이 나야 해. 이유도 없이 그냥 울고 싶어서 슬픈 장면을 찾아놓고는 왜 울 준비를 해야 해. 중학교 때 동급생이 모두의 앞에서 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 장면을 보고 나는 뒷걸음질친 적이 있다. 근데 그 때 나는 그 칼을 뺏어 주변에 안전한 곳으로 던져버리곤 너한테 쌍욕을 이만큼 퍼붓고 싶었어. 야 미쳤어? 네가 뭔데 네 몸을 해쳐, 힘들면 도움을 구해야지.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해. 사실 끌어안고 싶었어.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나는 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너는 나보다도 너를 벼랑 끝으로 몰았구나. 넌 혼자가 아니야 이딴 구차한 위로가 너에게 닿지 않는대도 꼬옥 안아주고 싶었어.
나는 날 흠집낼 자신이 없어 너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내 불행에 널 같잖은 잣대로 끼어들게 해서 미안해. 그때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까지도 그때 널 안아주지 못한 날 후회하고 있어. 너는 그렇게 유학길에 올랐다 들었는데 진심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나는 조금 망가졌는데 날 되돌리고 싶지 않아. 이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 이전엔 내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다시 처음부터라도 날 시작하려고 애를 썼는데. 지금은 망가진걸 수리하고 싶지도 않고 시간이 흘러가는 걸 그저 지켜보고 싶은 건 아닌데 뭘 하려는 의지가 안 생겨. 그런데 나도 좀 살아보고 싶어서 내가 좋다 느끼는 걸 내 일상에 미친듯이 끼워넣었어. 근데 그게 밑 빠진 독 같아서 막 채워넣어도 하염없이 비워지더라. 난 일종의 과부하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토록 저하된 내 탓이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