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동네 엘피바에 갔다. 이런 곳에 음악이 있다는 명제부터 퍽 의심스러웠지만 입장하고 나니 빽빽히 들어찬 엘피와 엘피장에 안도했던 밤이었다. 우리는 판이 튀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스피커와는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조금은 적막한 자리에서 시시콜콜하지만 즐겁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했다. 안쓰러워 눈물을 흘리는 날 보자니 넌 그런 나를 안쓰러워했고. 어떻게든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 서로 보기 좋은 말을 내뱉지만 각자의 가슴엔 닿지 않는 말들이었다. 내가 너를 아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만큼만 그 마음이 내게 들면 좋을텐데. 왜 우리는 남에게 쉽게 내뱉는 위로를 자신에겐 못할까. 엄격한 나뭇가지로 배를 쿡쿡 쑤시며 벼랑 끝으로 몰아댈까. 왜 나는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거야. 사실 네게 한 말이 모두 내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 난 그런 말을 자주 듣고 싶었고, 자주 들었을지 몰라도 내 맘에 와닿지 않아 부족했다 느꼈던 것 같아. 처량히 듣는 이에게 내가 처절히 듣고 싶은 말을 전하면 그것보다 더 한 위로는 없다고 생각했어. 무너져서 미안해.
무기력할 때마다 나는 내 주변이 정돈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무기력할 때마다 내 공간의 청소를 결심하는 편인데.. 안 입는 옷은 버려야지, 그간 한쪽에 모아둔 쓰레기들을 오늘은 버려야지, 날 피곤하게 하는 것들은 전부 버려야지.. 다짐했었다. 봄에 덮을 이불을 꺼내 빨래를 돌리는 동안 방청소를 시작했지만 고비가 찾아왔다. 오늘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내 방은 보란듯이 깔끔해졌다. 마지막에 가선 햄스터가 음식 숨겨 저장하는 것 마냥 귀찮은 것들은 숨겨놓았지만 오늘 내가 부릴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 조금 기특한 마음이 들면 난 곧 부끄러워졌다. 기분도 날씨 같은 거라고 눈에 띄게 들뜬 기분이 들면, 퍽 쾌청한 날씨 같은 기분이 들면 난 그게 죄스러웠다. 그간 먹구름 같았던 날씨들에게 죄를 짓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와서 들뜨면 내 지난 어제에게 미안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