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배움, 그 중간 어딘가에 선 위태위태한 개발자의 이야기 - 1
여러 사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지라 한동안 브런치에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풀어나가고 싶은 이야기가 여럿 있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들로 키보드를 잡을 엄두를 내지도 못했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포부가 너무 컸어서 그랬던 걸까?
그에 비해 내 글 솜씨가 일천하여 그랬던 걸까?
다른 일들로 너무 바빠서 그랬던 걸까?
뭐 다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그동안 브런치를 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었던 거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곳이
바로 이 브런치인데 뭔가 거창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
그에 비해 잘 써지지 않는 글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던 거 같다.
물론 바쁘기도 했고.
기존에 담으려던 이야기를 버리지는 않겠지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때 그때 떠오르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혹시 제가 쓰려던 글을 기다리는 분이 계신다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동안 브런치를 뒤로 하고 마냥 놀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던 다니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동안 계속했던 휴학을 끝내고 가을 학기를 시작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밀린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과제를 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晝畊夜讀)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각오는 충분히 되어 있었다.
지난날과는 다르게 특정 분야에 한해서지만
전공에 대한 가닥도 조금은 잡힌 거 같았고,
내게 도움될 것 같은 과목 위주로 수강신청을 했고,
회사에서 해본 경험들도 있었으니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더군다나 COVID19로 인한
원격 수업 시행은 나에게
라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심어줬다.
그렇게 나의 주경야독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주경야독 생활 3주 차
역시 쉽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하고 안 하고를 떠나 물리적으로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시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물리량이고
회사의 특정 업무를 끝내야 해야 하는 시간,
정해진 진도까지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해야 하는 시간,
모두 정해져 있다.
잠을 줄여가면서
나는 회사와 학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내 촛불의 심지가 더 빠르게 타들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하고 있던 와중에
불현듯 갑자기 몇 년 전
대학교 동아리에서 들은 강연의 내용이 떠올랐다.
여러분, helplesness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무력감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왜 이런 내용이 갑자기 떠오르는 걸까?
난 그 답을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그 강연의 주제는 번아웃 증후군이었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