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명상하기』는 어떤 내용의 책입니까?
이 책은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에 주목하고, 사진을 찍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상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합니다. 사진 찍기로 나의 보는 방식을 확인할 수도 있고,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나와 세상의 잠재성을 펼칠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카메라로 사유하기를 할 때, 평소에 보는 것과 어떻게 다르게 세상이 보여지게 되는지 궁굼해지는데요.
카메라로 사유하기는 평소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들을 낯설게 보게 하고,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것들과 맞닥뜨리도록 하며, 사물들이 내뿜는 감각들에 예민해지게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더라도 자동적으로 언어라는 필터가 적용되어 세상의 풍성한 감각들을 걸러내는데, 카메라로 사유하기는 우리를 언어중심적인 습관과 이성중심적인 사고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열어줍니다.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않는 일반인들 또한 사진 찍기로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카메라를 잘 다루고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생각만큼, 좋은 '사진 찍기의 과정'에 대해서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 찍기를 사진 생산의 프로세스로만 여기지 말고, 카메라를 손에 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셔터를 누르기까지 벌어지는 여러 행위들에 주목하는 것이지요. 카메라를 든 사람이 어떤 태도로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바라보는지가 과정과 결과에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무엇을 찍겠다는 목적 없이, 동선을 정하지 않고 천천히 카메라를 들고 걸으면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일반인들이 실천해 볼 수 있는 카메라로 사유하기의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진 찍기로 대화하기’ ‘형용사를 사진 찍기’ ‘노 파인더로 사진 찍기’ 등이 있습니다. 그중 ‘노 파인더로 사진 찍기’는 카메라의 액정화면을 보지 않고 하는 촬영법입니다. 이렇게 사진 찍으면 현실이 혼란스럽고 모호하게 찍히는데, 눈으로 볼 때 자동적으로 적용되던 시각 규칙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액정화면을 바라보지 않게 되면 자동적으로 지켜왔던 시각 규칙이 적용되지 않아, 눈 앞에 있었지만 가려져있던 세상을 날 것인 모습을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의 습관적인 바라보기와 사진 찍기가, 오히려 우리의 보는 능력을 제한적으로만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사진 찍기를 통한 사유의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사진 찍기는 카메라와 사람의 결합하기입니다. 사람이 필요에 의해 카메라를 들지만, 카메라 또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카메라와 어떻게 관계 맺느냐에 따라서, 사진 찍기의 과정과 결과가 달라집니다.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한 도구로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말고, 보는 방식을 수정하고 확장하는 카메라의 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또한 촬영자의 생각을 사진에 담으려는 것에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촬영자의 말을 사물에 강요하지 말고, 사물의 말인 감각이 잘 듣고 드러나도록 하는 사진 찍기를 해보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카메라와 낯설게 결합할 때 새로운 사진 찍기의 과정이 이루어지듯이, 일상의 사물과도 새롭게 관계 맺기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일상의 사물들과 어떻게 관계 맺느냐에 따라 나의 생각과 행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가 무엇들과 긴밀한 관계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삶의 지도 제작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의 성격이 원래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것들과 긴밀히 지속적으로 관계 맺느냐에 따라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물들과 긴밀한 관계 맺어 미래의 내 성격을 변화시켜 볼 것인지 계획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매번 사유를 위해 사진 찍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시대에 살고 있기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방식의 사진 찍기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카메라로 사유하기의 장점입니다. 카메라를 들 때, 세상이 갑자기 새롭게 보이거나 이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카메라가 우리에게 열어준 감각적인 차원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기회를 자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카메라로 명상하기』 (비움과소통,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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