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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과 거울로서 저널리즘 사진

by 임민수

저널리즘 사진을 감상하는 것은 촬영 현장에 있던 사진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사진 속에는 현실의 모습과 사진가의 시선이 동시에 담겨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장의 저널리즘 사진가는 늘 시험대 위에 놓여진다.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봐야만, 눈앞에 있었지만 그동안 가려진 현실의 모습을 사진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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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제 포토저널리즘전` 제3 섹션에는 네 명의 사진가(에드 존스, 다니엘 베레훌락, 피터 바우자, 로렌스 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들 사진가들은 모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왜 명확한 메시지를 사진 속에 담지 않을까. 관점을 명확히 하면 제한된 필터로 걸러진 것 이외에는 가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3 섹션의 사진들은 빈곤하고 비참한 지역의 사람들 모습이지만 큰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들의 삶의 방식은 존중된다. 휴머니즘이라는 좁은 필터로 세상을 바라본 결과가 아닌 것이다.


북한의 모습을 찍은 에드 존스는 북한이 공개한 것의 이면에 주목한다. 행군하는 군인들과 노래하는 군인합창대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신문이나 TV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고 믿어온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모습이 아니다. 존스가 찍은 행군하는 군인들은 발 높이가 일정하지 않고 어긋나 있으며, 합창단의 입모양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내려는 듯 입모양이 제각각이다.


에볼라 현장을 찍은 다니엘 베레훌락의 사진도 우리에게 각별하다. 2015년 메르스라는 위기를 겪었기 때문인지 의료체계가 부실한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저널리즘 사진은 멀리 있어서 알지 못했던 것을 망원경처럼 자세히 보여줄 뿐 아니라, 타 지역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거울처럼 비춘다. 또렷이 비추는 거울로서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 때문일까? 고난을 겪는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베레훌락의 사진은 어둡지 않고 색감도 밝다.


사진전은 대체로 스무 장 이상의 사진으로 구성된다. 한두 장의 사진으로는 사진가의 시선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시라는 형태로 사진을 감상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사진은 현실의 잘려진 일부분일 뿐이기에 여러 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놓고 바라볼 때야 비로소, 사진 속 정보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태도와 입장을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한두 장의 사진으로 현실의 모습을 대표시켜 바라보던, 우리의 대중매체 사진의 소비방식도 되돌아볼 수 있다.


(https://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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