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이 샤워를 시켜주기 위해 화장실로 가면서 서현이에게 상황극을 시전했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누군가요?"
그랬더니 상황극을 받아주는 서현, 자신의 이름을 밝히면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서현: 나는 서현이에요."
"나: 그런가요? 당신은 어디에서 사나요?"
"서현: 나는 한국에서 살아요."
"나: 그래요? 한국은 뭐가 유명한가요?"
대화는 여기서 멈췄다. 서현이는 '유명'이라는 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빠! '유명'이 뭐야?"
"흠... 잘 알려진 것이나 대표할 수 있는 것? 우리 집에서 유명한 것은 서현이지."
사실, 설명해 주면서도 '유명'을 어떻게 알려주면 쉽게 알려줄 수 있을지 몰랐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막 설명해 준 것 같다. 어느 정도 설명해 주었더니 이해한 듯 서현이가 다시 상황극을 시작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유명한 것은 윤이상이에요!"
헉!!! 내 머릿속에서 한국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무궁화, 김치, 태권도 정도이건만... 딸 입에서 '윤이상' 작곡가 이름이 나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아무래도 얼마 전 읽었던 윤이상 작곡가의 생애가 기억났나 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이지만 정작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해 고국을 그리워하다 죽었다는 내용의 책이었는데 그게 인상 깊었나 보다.
이렇게 이해력이 좋은 서현이의 모습을 보며 조금 더 세상의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하루. 동시에 단순한 생각만 하던 나를 반성하게 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