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
길을 걸을 때 나는 주로 핸드폰을 본다. 평범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 그런데 아이는 다르다. 매일 가는 길을 걸을 때에도 이것저것 잘 살펴본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의 관찰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계기가 주어질 때만 집중하는 어른들과는 달리...(이걸 돌이켜보며 어린왕자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것일까?)
서현이와 함께 어린이집 등원하는 길. 매일 걸어가는 그 길에는 특별할 것이라곤 없다. 그냥 일직선으로 뻗어진 약 500m의 길을 걸어가면 서현이 어린이집이 나온다.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건 아파트 두 개 단지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전부다.
그래서일까? 더 주변에 신경 쓰지 않는 나. 하지만 아이는 다르다. 서현이는 매일 걷는 그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살펴보고 나에게 이야기해 준다. 봄이 온 것을 알려주는 꽃을 봐도 이야기하고, 어디론가 바쁘게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고 특별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 준다. 이런 서현이가 이번에 이야기해 준 것은 맨홀 뚜껑이었다. 거기에 맨홀 뚜껑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친 나와 달리 맨홀 뚜껑에도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 딸.
처음에는 단순히 맨홀 뚜껑에 구멍이 뚫리고 안 뚫려 있고 차이를 발견한 듯했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다녀왔을 때 집에 있던 나에게 이야기해 줬다.
"아빠, 어린이집에서 집에 오는 길에 맨홀 뚜껑이 여러 개 있더라! 어떤 건 구멍이 있고, 어떤 건 구멍이 없어."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맨홀 뚜껑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특별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현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한다.
"'우수'라고 쓰여있는 것은 구멍이 있고, '오수'라고 쓰여있는 것은 구멍이 없어."
아! 생각해 보니 당연한 것이다. 빗물이 내려가는 우수관은 빗물이 밑으로 내려갈 수 있게 구멍이 있고, 더러운 것이 흘러가는 오수관은 구멍이 있을 경우 냄새가 날 수 있으니 막혀있는 것이 당연! 하지만 아이와 어른의 눈높이에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넘어가는지, 아니면 그 속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신기해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지.
오늘도 서현이의 관찰력에 감탄을 한다. 덕분에 아이에게 우수관과 오수관의 차이를 설명해 줄 수 있었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도 이야기해 줄 수 있었다. 추가로 서현이는 오수관과 우수관 수도 세어 왔는데, 다음에 같이 가서 다시 세어보자는 약속을 하며 마무리했다.
+ 이제 2달이 지나고 있는 서아는 나와 상호작용을 시작했다. 내가 "아오~"라는 소리를 내면 서아도 나를 보고 "아오~"라는 소리를 낸다. 그것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 것을 보며 그 사이 많이 자랐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