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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Jun 29. 2021

서현이의 말하기, 서아의 말하기

[서현 1929-1934일, 서아 155-160일]

아이들이 자라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조금씩 늘어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말하기. 그리고 말하기에는 그냥 말하는 것과 생각해 말하는 것이 있다. 바로 오늘 쓸 서현이와 서아의 말하기처럼.


2021년 6월 24일 새벽 4시. 어디선가 애처로운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니, 사실 애처로운 목소리라기보다는 우렁찬 목소리였다. 누군가를 계속 부르는 소리.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 소리에 반응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일어나 나갔다. 베게 근처에 놓여있던 안경을 쓰고 머리를 긁적이며 닫혀있던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다. 어두운 거실 한쪽 구석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아와 서아의 목소리를 듣고 깬 아내.


상황을 파악하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보았다. 곧 알게 된 것! 서아가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엄마"라는 소리를 정확하고 반복해서! 그동안 한 번씩 엄마라는 소리를 하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달랐다. 지속적으로 "엄마~, 엄마~, 엄마~" 하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우렁찬 부름에 내가 잠에서 깬 것이었다. 한 번 말문이 터지니 지속적으로 말하는 게 귀여운 서아. 


물론, 문제가 생겼다. 말을 하는 것은 좋은데 새벽 4시에 쉬지 않고 계속 "엄마"를 말했다는 것. 배고픈 것도 아니고, 기저귀 문제도 아닌데 그냥 말하는 게 신기했는지 계속 말한다. 덕분에 시끄러워서 잠을 설친 건 덤. 


이와 달리 서현이는 이제 제법 논리적으로 말하는 아이가 되었다. 물론 졸릴 땐 논리를 찾기 어렵지만 평소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물으면 자신이 알고 있는바를 종합해서 이야기하려 노력하는 아이가 되었다. 


물론, 이런 서현이의 말하기에도 문제가 있다. 잔소리가 심해졌다는 것. 뭐 하나 잘못하면 이유를 들어 잔소리를 한다. 게다가 맞는 말이라 뭐라 할 수도 없다. 그냥 미안하다고 하는 수밖에... 몇 가지 사례를 써보려 한다.


하루는 서현이가 내 무릎에 앉아있길래 꼭 안아줬다. 아빠가 사랑하고 있음을 아이가 알 수 있도록 애정표현을 듬뿍하자는 것이 내 신조이기에. 그런데 때마침 서아도 자리에 앉아 날 보고 있어서 서아에게 웃음을 날려줬다. 그러자 서아도 나의 웃는 얼굴을 보더니 따라 웃는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그 모습을 서현이가 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아빠, 아빠는 날 품에 안고 서아를 보네?"

"???"


도대체 저런 소리는 어디서 배웠는지, 어른스러운 말로 질투를 해서 놀랐다. 그래서 아빠는 서현이와 서아를 모두 사랑한다고 말하며 기분을 풀어주느라 애를 써야 했다.


또 어느 날 아침을 준비할 때였다. 아내와 서현이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길래 나도 일어나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니 서현이가 이렇게 말한다.


"아빠는 게임 좋아하니까 게임이나 해!"


이런 이런... 내가 가장 꺼려 하던 말이 아이 입에서 나왔다. 내가 계속 게임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내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나 보다. 게임과 관련해서는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어제 아내가 저녁에도 나가는 바람에 내가 서현이, 서아를 모두 돌보고 있었는데, 서현이가 나가서 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침 서아가 졸린지 잠투정을 하고 있어서 아기띠로 서아를 안고 재우고 있었다. 그래서 못 나간다는 소리를 했더니 서현이가 이렇게 말한다.


"아빠, 게임해야 해서 밖에 못 나가요?"


하... 게임도 안 하고 서아를 재우고 있었는데 서현이가 저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건, 아이의 눈에 내가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였단 걸까? 스스로를 반성함과 동시에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서 놀았다. 덕분에 서아는 잠에서 깨버렸지만...


이처럼 어느새 자란 아이들이 조금씩 말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조심해야 할 것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아이를 위해 좀 더 몸가짐에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육아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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