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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Aug 14. 2020

아빠는 반성중

-조금 더 기록해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일단 반성부터 해야겠다. 매일매일 쓰지는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한 주를 되돌아보며 일기를 쓰려고 계획해놓고 지난주에 그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조금씩 게을러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현실에 익숙해지는 것일까? 괜스레 미안해져 말한다.


“서현아, 미안. 앞으로 더 신경 써서 밀리지 않을게.”


일기를 안 쓴 2주 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생겼다. 바로 서현이의 눈에 눈썹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속눈썹이 길어 눈이 예쁜 서현이에게 한 가지 부족했던 것이 바로 눈썹이었다. 아이는 원래 눈썹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눈썹이 연한 나를 닮은 것인지 서현이는 마치 ‘모나리자’처럼 눈썹이 없었다. 여동생이 이걸 보고 이렇게 말한다.


“아휴~, 서현이도 우리 식구를 닮은 것인지 눈썹이 없네. 괜찮아, 서현아. 나중에 눈썹 문신하면 돼.”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 ‘눈썹 문신’을 운운하다니 웃겼었는데, 이런 서현이에게 눈썹이 생기다니. 다행이다. 물론 나를 닮았는지 일명 ‘숯 검댕이’ 눈썹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희끗희끗한 서현이 눈썹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하긴, 눈썹이 없다고 해도 예쁜 내 딸임은 변함이 없다.


드디어 키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키는 58cm로 키와 몸무게가 표준 발달 수치 내에서 자라고 있다. 우리 부모님이 매번 ‘자식들 몸 건강한 게 최고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다. 정말 서현이가 지금처럼 몸만 건강하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이 마음 또한 언젠가 무뎌지려나?)


아이의 건강과 관련된 책도 하나 샀다. 아이가 3월생이라 그런지(3월생은 겨울 지나고 따뜻해질 때 태어나서 비교적 건강하다는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지금까지 크게 아픈 일은 없었지만 갑자기 아픈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아이의 상태에 따른 대처방안이 적힌 두꺼운 책을 샀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훑어봤다. 어떤 내용이 책 속에 있는지 알고 있어야 실제로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 빠르게 책 속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두꺼워서 한 번에 다 읽지는 못했지만 조금 읽어보니 육아에 도움될만한 내용이 많아 좋았다.


지금 시기에 맞춰야 할 예방접종도 없고, 병원에 갈 일도 없어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분유나 모유만 먹으면 뿜던 것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먹는 양은 한 번에 80-120ml를 먹는데 전과 비교해봤을 때 크게 늘지 않았다. 160ml가 비슷한 시기의 아이들이 먹는 양이라는데 별로 먹지 않는 나를 닮은 것인지 입도 짧다. 그래서 분유를 먹더라도 한 번에 많이 못 먹고 나눠서 조금씩 먹는 서현이. 가끔 120ml를 한 번에 마실 땐, 천사가 따로 없다.


과거와 달리 대변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으나 색은 좋고, 역시 변비도 없다. 환절기 감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데 감기도 남의 나라 이야기인지 걸리지 않고 있다. 이건 모유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면역력 성분의 물질이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모유야~. 고마워!”


사실, 아내가 고생하는 것이지 뭐. 때문에 나는 아내의 먹거리를 신경 써야 했다. ‘그래야 모유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저귀 발진이 자칫 생길뻔 했으나 크림으로 잘 관리했더니 금방 좋아졌고, 아이의 일정한 몸 상태를 위해 집안 공기는 24-26도, 습도는 50-60%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이가 자는 곳 주변은 습도를 좀 더 관리하고 있으나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마음에 걸려 가습기를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아이를 너무 집안에서만 키운 것은 아닐까 해서 산책 겸, 집 근처 공원에 나갔다. 혹시나 모르니 아이를 잘 싸매고 나갔는데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서현이가 잠만 잤다. 안고 걸을 때마다 생기는 흔들림,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어느새 꿈나라로 간 서현이. 첫 산책이 잠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크게 아쉽지는 않다. 우리 가족에게 기회는 남은 기회는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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