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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Sep 30. 2020

[제4부] 100일의 기적

1. 생애 첫 어린이날

서현이가 태어나 맞이한 첫 어린이날. 그동안 어린이날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단순했다. 어렸을 땐 내가 선물을 받아 기쁜 날이었고, 어느 정도 커서 교사가 되었을 땐 제자들이 선물을 기다리는 것을 바라보는 날이 되어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조카들 선물 사 주는 날로 의미가 변한 어린이날이 다시 한번 변화를 꿈꾸고 있었다. 바로 딸의 선물을 준비하는 날로 말이다. 이를 생각하다 보니 나에게 있던 어린이날이 누군가에게 갔다 다시 돌아온 것처럼 설렜다.


어쨌든 우리 부부도 어린이날을 맞이해 서현이 선물을 준비했다. 아직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없기에 우리가 필요한 것으로 자체 준비했다. 종류는 옷으로 결정했는데 이유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바로 50일 사진을 말이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의 성장 앨범을 따로 만들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말이다. 성장 앨범을 만드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금액이 꽤나 비쌌다. 게다가 집에 DSLR도 있고, 요즘은 앨범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곳도 많기에 아내와 고민을 했다. 그러다 다음과 같은 아내의 말에 성장앨범을 찍기로 결정했다.


“아이가 여러 명인 것도 아니고, 돌 사진을 안 할 거라면 모를까 그냥 하는 게 어때?”

“그래! 하자!”


너무 많은 고민을 하다가 성장앨범을 찍기로 하다 보니 놓친 혜택도 좀 있다. 예를 들어 성장 앨범을 미리 계약했던 사람들은 만삭 사진도 해당 업체에서 찍어주고, 아이를 낳았을 때도 부모와 막 태어난 아이의 사진을 함께 찍어줬는데 우리는 50일쯤 결정하다 보니 찍지 못했다. 아쉽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에 포기했다. 그래도 병원과 연계된 곳이어서 태어났을 때 사진 몇 장은 이미 찍어준 상태라 그나마 다행이랄까?(이렇게 태어났을 때 사진을 공짜로 찍어 주니, 50일, 100일, 돌 사진도 찍게 되는 것 같다.)


막상 서현이와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핸드폰으로 대충 찍었던 사진 수준이 아니다. 50일 사진은 세 가지 콘셉트의 사진을 찍어줬는데 세 가지 콘셉트라고 해서 사진을 세 장만 찍는 게 아니었다. 한 가지 콘셉트에서 좋은 사진을 몇 장 얻기 위해 수백 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우리는 아이가 카메라 렌즈를 볼 수 있도록 아이를 현혹해야 했고,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좋아질 수 있도록 각종 유인책을 사용해야 했다. 아이의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아이 앞에서 재롱을 부리기도 했고, 다양한 옷을 갈아  입히며 콘셉트에 어울리는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구상하기도 했다. 하다 보니 사진을 찍는 건 아이인데 먼저 지친 건 우리 부부였다.


물론, 결과적으로 사진은 마음에 들었다. 하루 동안 힘들기는 했지만 액자로 만들 사진을 정하기 위해 오늘 찍은 사진을 확인해봤는데 전문가가 찍은 사진은 내가 평소 찍은 것과 질이 달랐다. 얼마 전까지 셀프 스튜디오를 빌려서 해볼까 생각했던 마음이 싹 달아날 정도랄까? 결과가 마음에 드니 힘든 게 싹 사라진다. 액자로 뽑을 사진 몇 장을 수정도 해준다는 데 기대된다. 하루빨리 결과물을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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