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세상, 열심히 사는 사람들

by 인생제삼막

아빠가 돌아가시고 전주에 내게 남기신 25평짜리 아파트가 있다. 이제 그 집에 살 사람이 없었다. 월세를 냈다. 여기저기 손봐야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숨고라는 사이트에서 전문인력을 찾고 도배 장판 싱크대 변기 세면대 샷시까지 다 손을 봐야했다.

이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상황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집을 다 고쳤다.


세입자도 금방 구해졌다. 계약을 하고 마지막으로 집을 점검했다.


생각지않게 현관문 안쪽으로 손바닥 절반크기의 구멍이 있음을 알아챘다.


그러나 이미 해는 저물었고 나는 청주로 돌아와야했다.


돌아와서도 계속 후회했다. 그걸 어떻게든 처리하고 왔었어야한다는 생각에..


그러다 당근에 심부름할 1회용알바 구인장을 올렸다.

나는 전주의 그아파트로 문에 붙일 그림스티커를 택배로 보내놓는다.

택배가 도착한 날 알바분은 문앞의 택배를 들고 문을 열고들어가서 구멍난곳에 붙여주면 1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올린지 5분도 안돼서 지원자가 서른명이 넘었다. 다들 경력들도 대단했다. 건축일을 하는 사람부터 간병인을 오래했다는 분까지 다양했다.


그중에 군대에서 시설병이었어서 공구 다를줄 알고 현재 사무기기임대업체에서 근무중이라는 젊은 남자분의 경력이 눈에 띄었고 그분을 택했다.


택배가 도착하기까지 이틀.


이틀이 지나서 다시 연락을 했다. 택배가 문앞에 있을테니 그걸 붙여주시고 사진 찍어서 보내주시면 송금드린다고.


그분에게 퇴근후 가서 하겠다는 답장이 왔다. 저녁때가 되자 택배가 문앞에 없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그때 한창 수업 중이었기때문에 더 난감했다. 분명 택배기사는 배송완료라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스티커는 없다지 멀리 살아서 당장 가볼 수도 없지...


그분은 경비실에 한 번 가보겠다고 했고 나는 부탁드린다고 했다. 지금 일하는 중이라 통화는 어려우니 문자로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경비실에 맡겨놨었는지 그 스티커를 찾았다고 다시 문자가 왔다.

얼마 후 작업을 마친 상태의 사진이 문자로 도착했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바로 약속한 금액을 송금했다.


택배가 문앞에 없다고 했을때 그럼 어쩔수없겠다고 할 뻔했는데 그분이 먼저 경비실에 가서 확인해보겠다고 해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특히나 6층짜리 구축아파트의 5층인 그집은 엘베가 없어서 계단으로 오르내려야하는데 말이다.


여차하면 안한다고 하고 돌아갔을 수도 있었을텐데.


참 젊은친구가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단순알바에도 서른명이 넘게 지원들을 하다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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