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이가 건네준 크리스마스

by 인생제삼막

나는 해마다 11월 말이 되면 베란다 통창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다.

아들 녀석이 어릴 적부터 트리를 유난히 좋아했다. 이쁘다며 눈을 반짝이던 얼굴, 장식을 하나씩 달며 함께 웃던 시간이 내겐 작은 연말의 의식이었다. 그때는 소나무 모형 트리에 전구를 감고, 오래된 장식들을 꺼내 달았다.


이사를 오며 그 트리는 모두 떠나보냈다. 대신 통창에 스티커를 붙이고 전구를 달아, 약간의 장식만 더한 간단한 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벌써 6년이 흘렀다.


어느 날, 현관문 손잡이에 작은 종이 가방이 걸려 있었다. 택배는 아니었다. 누군가가 조용히 걸어두고 간 것이 분명했다.


열어보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컵과 밥그릇 세트가 들어 있었고, 그 안에는 키세스 초콜릿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쪽지 한 장.


이웃임이 분명했다. 서로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요즘이라 더 놀라웠다.


쪽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신은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인데, 출근길마다 우리 집 트리를 보아왔다고. 그 트리 덕분에 매년 겨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지냈다고.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선물을 전하고 싶었다고.


와… 정말 뜻밖의 마음이었다.


추운 겨울 새벽, 출근길에 내 트리를 한 번씩 바라보았을 그 사람이 떠올랐다. 그 짧은 순간들이 그림처럼 겹쳐졌다.


그리고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하지만 고맙다는 내 마음을 전할 길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라도 남기고 싶어졌다.


이번 겨울에도 나는 트리를 만들었다. 그녀가 출근길에 내 트리를 보고, 잠시나마 따뜻해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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