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번이 흔하진 않지만...
남편은 한 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사람이다. 애정을 넘어 집착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고등학교 2학년 때 술을 입에 댔다더니, 그 뒤 30년을 주 3~4회씩 꾸준히도 마셨다. 성실함이라면 성실함인데… 방향이 좀 그렇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더 마시다간 죽을 것 같아”라는 말을 툭 던지고는 바로 술을 끊었다. 진짜로. 그 뒤로 한 방울도 안 마신다. 이쯤 되면 정신력인지, 아니면 오기인지 모르겠다.
폼롤러도 있다. 어느 날은 남편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길래 스트레칭 하나 싶었는데, 그게 벌써 6년째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새벽 1~2시까지 근육을 누르고 밀고 굴리고… 직장에서도 점심시간마다 회사내 헬스장에서 폼롤러를 한다. 남편이 회사에 폼롤러를 따로 갖다놓고 하고있는거다. 남들이 뭐라하든 말든 그런건 전혀 신경을 안쓴다.
공부도 그렇다. 건축과를 나왔지만 적성에는 안 맞았다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행시에 꽂혔다. 하루도 빠짐없이 16~17시간씩 공부하는데, 내가 보기엔 인간으로서 가능한 테두리 밖이었다. 그런데 또 그걸 3년 하고, 법원행시·입법고시 1차를 붙더니 6개월 더 해서 법시2차와 면접까지 통과했다. 전공도 아닌데 이렇게 밀어부치는 그 힘에 다들 놀란다
요즘은 피자다. 동네 피자집에서 이벤트를 해서 쿠폰을 주는데, 그 쿠폰으로 치즈크러스트 콤비네이션을 12,000원에 살 수 있다. 그날부터 남편은 ‘피자 루틴’에 돌입했고, 하루도 안 빼먹고 그 피자를 들고 퇴근한다.
나는 옆에서 장단 맞춰주느라 같이 앉아 먹는데, 처음 며칠은 맛있어서 두 조각씩 먹었다. 그런데 곧 한 조각으로 줄었다. …나는 물린다. 평범한 사람은 물린다.
근데 남편은 오늘도 피자 한 판을 들고 와서 “아~ 진짜 맛있다” 하며 7조각을 혼자 해치운다. 대체 저게 가능한가. 그리고 물린다는걸 모른다. 벌써 석달이 다돼간다.
이런 성향을 하이퍼포커스라고 한다더라. 제대로 방향이 잡히면 큰 성과를 내지만, 엉뚱한 데 꽂히면 본인도 힘들고 옆사람도 힘들다.
멀티작업이 안되는 성향. 여러가지는 못하고 한번에 한가지. 그러니까 인생 전체에선 몇가지가 안된다.
지독히 게으르고 귀차니즘의 본좌인데 꽂히는것만하는 특성...
앞으로는 또 어떤것에 꽂힐지...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