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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Feb 14. 2017

성경, 읽는 것이 먼저다

우선! 읽고, 들어야 한다

"읽는(듣는) 것이 먼저다"
"Reading(Listening) is the first"


신학자 유진 피터슨은 성경에 관해 자신의 책 『메시지』의 머리말에서 "읽는 것이 먼저"라고 이야기한다.


읽는 것이 먼저다. 『메시지』, 25쪽.
우선은 그냥 읽는 것이 중요하다. 서두르지 말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성경의 이야기와 노래, 기도와 대화, 설교와 환상이 우리를 보다 큰 세계로 초청하는 방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메시지』, 25쪽.
우리는 "알아듣기" 시작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그렇다. 우리는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나님의 신기한 사랑에 관해 대화하게 된다. 『메시지』, 26쪽.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 세상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에도, 보이는 세계에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도 더 큰 의미가 있다. 모든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의미는 하나님과 관계가 있다. 『메시지』, 26쪽.
성경은 우리가 읽는 책이지만, 우리를 읽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뭔가 얻어낼 수 있는 책을 찾아 읽는 데 익숙하다. 이를테면, 유용한 정보나 기운을 북돋아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온갖 일의 방법론, 비 오는 날 시간을 때울 오락물, 더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줄 지혜 같은 것을 찾는다. 성경 읽기에도 그런 유익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성경을 주신 본래 목적은, 단순히 우리를 초청하시기 위해서다. 하나님의 세계와 하나님의 말씀을 내 집처럼 느끼도록,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방식과 우리가 삶으로 그분께 응답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메시지』, 26쪽.


난 학부시절 찬양팀에서 4년을 보냈다. 찬양팀을 하다 보면 방학을 이용해 외국에 나가서 사역을 진행할 기회들이 있다. 그러던 중 현지 선교사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아직도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있다.


"형제, 기독교인이죠?"

"예"


"기독교는 무엇을 믿는 종교예요?"

"예수님을 믿는..."


"맞아요. 그럼 믿는다는 것은 어떤 거죠?"

"음..."


"우선 알아야 믿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네 그렇네요"


"그럼 우린 예수님을 일단 알아야겠네요?"

"네"


"예수님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성경을 통해서요..?"


"그렇죠, 우린 예수님에 대해서 성경을 통해 알 수 있죠. 혹시 또 다른 방법이 있나요?"

"음..."


"없는 거 같죠? 그럼 어떤 결론이 날까요.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이고, 우린 아는 것을 믿을 수 있는데, 그럼 예수님을 알아야 예수님을 믿을 수 있어요. 그런데, 예수님을 아는 방법은 오직 성경을 읽는 방법밖에 없죠. 그럼 성경을 읽지 않으면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당연히 믿을 수도 없는 거겠죠. 형제는 성경을 얼마나 읽고 있나요? 예수님을 알 만큼 읽고 있나요? 예수님을 알고 있나요?"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완벽한 논리구조였다. 그저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 들었던 이야기를 노트에 정리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경을 펼칠 뿐이었다.


1.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하나님)를 믿는다.

2. 우리는 아는 것 만을 믿을 수 있다.(믿음의 전제는 앎이다)

3. 그리스도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야 한다.

4.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유일한 방법은 성경이다.

5. 성경에 쓰여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없다.


우선은 읽어야 한다는 유진 피터슨의 이야기가 마음속 깊숙하게 큰 울림을 주는 요즘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단 읽기 시작하니, 아는 것이 생기고, 아는 것이 생기니 믿는 것에 대한 실체가 잡히게 된다. 너무 너무 재미있다. 내 손에 쥐어져 있지 않을 땐 딱딱하고 죽어있는 것 같았던 성경이 내 속에 살아 숨쉬는 레마의 말씀이 된다. 그렇게 대화와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작정 하던 기도에 출애굽을 계획하며 열방을 향한 제사장 나라의 꿈을 꾸셨던 하나님의 마음이 들어간다. 제사장 나라와 멀어졌던 여로보암의 길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읽고 센스있게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렸던 다윗의 길을 걷고싶다고 기도한다. 예레미야를 통해 표현된 제사장 나라의 꿈을 70년 유보하며 새로운 꿈을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내 마음에 담아 일상의 큰 그림을 바라보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조용히 고민을 시작한다. 이 고민은 '어떻게 읽은대로(아는대로)살 것인가?'로 나아간다. 결국 더 알아야 한다. 더 읽어야 한다. 창세기 부터 계시록 까지 성경 전체를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렇다, 읽는 것이 먼저다".


성경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대로 살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을 비인격적으로 읽지 않고 인격적으로 읽는다. 우리의 참 자아로 살기 위해서 읽는다. 성경 읽기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기 위한 방편이지, 종교 자료를 수집해서 우리 스스로 신이 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메시지』,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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