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로 읽는 하나의 이야기: 성경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다양한 때에 다양한 장소에서 발견된 문서들을 하나로 묶어서 '전집'의 형태로 만든 것이 성경이기 때문에, 이를 각각의 개별적 책으로 보아야 할지 한 권의 책으로 보아야 할지가 문제된다. 게다가 역사적·예언적·시적 양식 또는 다른 화법 등 여러 양식으로 각각 다르게 표현된 문서들이 한 권으로 묶여있기에 이러한 혼란은 가중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히려 간단하고 명료하게 '성경은 한 권의 책이기에 성경을 하나의 이야기(One story; A narrative)로 보자'는 것이 오늘 소개하고 싶은 방법이다.
그럼 어떻게 66권의 성경을 하나의 이야기로 볼 것인지의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핏 보면 성경 66권은 각기 다른 이야기인 거 같지만, 신기한 것은 성경이 '십자가'라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를 통하게 된다면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십자가'에서 시작해서 창세기(성경의 가장 첫 장)에서 요한계시록(성경의 가장 마지막 장)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성경은 하나의 이야기(One story; A narrative)가 된다.
성경 해석에 대한 수많은 방법론이 있겠지만,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내러티브(narrative)라는 단어다. 이야기라는 뜻의 이 단어가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하는 성경 읽기의 핵심이다. 십자가를 통해 성경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어나가게 된다면, 성경은 내러티브(Narrative) 그 자체가 된다. 성경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나의 자녀에게 쉽고 재미있게 동화를 읽어주듯이 성경 '이야기'를 알려줄 수 있게 된다.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이야기'속에서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구체적으로 이를 살펴보자.
자! '그 순간' 이야기는 성경을 단 한 구절로 함축한다면, 과연 어떤 구절이 나올까?라는 조금은 당돌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함축은 모든 내용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 한 구절은 바로 신약의 가장 첫 장에 쓰여 있는 구절인 마태복음 1장 1절이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
여기서 이 짧은 문장 가운데에 선을 하나 그어서 구분해보면 왜 이 구절이 성경 전체를 함축하는지 볼 수 있다.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 앞의 부분인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에는 구약 전체가 함축되어 있다.
아브라함에서 시작해 다윗,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세계는 구약의 세계다. 뒷부분인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라는 구절을 통해서는 신약 전체를 포함한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사도행전 29장(사도행전은 28장까지 있다)으로 불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까지를 함축한다고 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고 나서 완전히 뒤집혀버린 세계는 요셉과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말 구유에서 낳는 신약 첫 부분에서부터 시작해 2017년 지금까지를 포함한다. 다시 말해서, 말라기(구약의 가장 마지막 책)에서 단 한 장만 넘기면 존재하는 마태복음 1장 1절(신약의 가장 처음)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구약과 신약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경을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로서의 구약,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로서의 신약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구약과 신약 모두 '예수 그리스도'라는 공통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럼, 구약과 신약 모두를 함축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단 하나의 사건으로 압축한다면 어떤 사건일까? 바로 그 사건은 '십자가'이며, 그 사건의 가장 중요한 순간(Highlight)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다 이루었다!"를 외치며 돌아가시던, 그리고 동시에 예루살렘 성전의 휘장이 위아래로 찢어지던 바로 '그 순간'이다. 우리는 성경 전체를 함축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중요한 순간인 '그 순간'에서부터 성경 전체를 읽어나가려고 한다.
그럼, 성경은 하나의 이야기(A narrative)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평생 두껍다고 생각했던 책이 얇은 책으로 변모하게 되며, 평생 어렵다고 생각했던 책은 '쉬운 이야기 책'으로 변하게 되는 놀라운 순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