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외로움
사람의 감정을 하나씩 순서대로 치우다 보면, 가장 깊은 밑바닥에 있는 감정은 '외로움'이라고 한다. 혹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외로움'은 반드시 공통적으로 갖는 감정이라고 한다.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다"
토마스 무어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단순히 혼자 있다거나, 누가 곁에 없어서 느끼는 것과 같은 단순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진짜 외로움은 내 인생에서 나를 찾고 싶을 때 다가온다. 자기 자신의 인생에서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누구지?"라는 거대한 철학적 질문에 모든 사람은 한 번쯤 맞닥트리게 된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질문은 흔히 이야기하는 철학의 3대 질문 중 한 가지다. (1. 세상은 무엇인가? 2. 나는 누구인가? 3. 인생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어렵고 모르는 것이기에 회피하거나 질문을 미뤄놓는다. 혹은 계속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질문해나가며 삶을 살아간다.
소설 데미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2개의 구절 중 하나는 바로 삶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라는 구절은 큰 여운을 남긴다.
'외로움'과 정면으로 만나서 나 자신에게 "나는 누구인가?"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요셉은 서른에 애굽의 총리 자리에 올랐고, 다윗은 서른 즈음 이스라엘의 왕으로 즉위했다. 예수님은 서른 즈음 제자들을 데리고 공생애를 시작하셨다.
그들의 삶에서 서른 즈음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제대로 시작한 시기였다. 요셉에게는 홀로 억울하게 죄수로 갇혀있던 시간들이, 다윗에게는 홀로 별을 보며 양을 치던 청년 시간과 사울을 피하며 동굴에 홀로 몸을 숨기던 시간이 있었다. 예수님은 홀로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곤 하셨다.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외로움은 그 여정의 시작이자 동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