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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Sep 21. 2018

은산분리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대기업 은행의 출현 법제 기반이 준비되다

2011년 미국에 갔을 때, 뉴욕에 들러 가장 먼저 갔던 곳은 바로 '월 가(Wall Street)'로 불리는 큰 빌딩 숲이었다.  당시 갓 스무 살이 넘었던 나는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이 작디작은 공간에 가서 직접 그 공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아침에는 깨끗한 정장을 입고 바쁘게 출근하는 금융권 직원들이, 점심시간에는 건물 뒤편에서 줄담배를 피며 한숨을 쉬는 등, 그때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남아있다.

https://www.wsj.com/articles/wall-street-bracing-for-lower-bonuses-for-first-time-in-years-144703080

미국 뉴욕주의 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이 도로는 뉴욕 증권거래소, 나스닥과 거대 금융사, 투자은행 등이 밀집되어 있는 미국의 금융시장의 중심이자 세계의 금융시장의 핵심이다.  미국의 힘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모든 권력의 근원이기에, 월가의 손을 잡지 않겠다고 성명했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월가의 손을 굳게 잡으며 자신의 약속을 어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만든 근본지인 이 곳에서,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는 구호를 외치며 미국 사회의 경제 불안과 부조리에 항의하는 "고학력 저임금 세대"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아무도 이것을 기억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Occupy Wall Street! (월가를 점령하라)"


당시 해당 시위를 바라봤던 내게 있어서, 금융계의 추악함과 부패는 피부로 다가왔다.  법제를 마련해놓지 않아서 외국계 금융기업과 투자기업에게 쉽게 무너졌던 한국 금융권을 생각해보았을 때,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곤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런 시위가 일어나지 않을까?'  아마 장소는 여의도가 될 것이다.




오늘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대한민국에서는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은산분리 완화라는 결과를 가져올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되어 나타나듯, 이 작은 법 하나의 통과는 우리 대한민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찬성 버튼을 누르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이러한 걱정들이 얼마나 있었을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은산분리의 기조를 취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쉽게 말하자면, 산업자본인 일반 기업들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은행 역시 일반 기업을 소유하지 못한다.  은행을 1 금융권이라고 부르는데, 우리의 기존 법률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4%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게끔 규제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이를 9%로 늘렸으나, 이후 잇따른 금융권 기업의 파산과 외국자본에 의한 잠식으로 인해서 다시 하향했다.  바로 이 법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삼성은행', '현대은행'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기업들의 요구 때문인지, 국회에서는 지속적으로 해당 법률의 완화를 강행해왔고, 그 결과로 우리는 오늘날 대기업들이 각 기업의 이름으로 투자증권이 캐피털, 보험 등등의 제2금융권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 이면에는 항상 기반 법률이 존재한다.)


법에는 항상 목적이 존재한다.  목적 없는 법은 없다.  우리나라는 왜 은산분리를 법제화하였던 것일까?  훨씬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다.  1)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로 만들어 부정한 행위로 사용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며, 2) 대기업이 은행을 가져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자금을 수혈해줄 수 없게 하여, 다양한 기업들이 은행에서 동등한 입장에서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도록 위함이고, 3) 은행의 파산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기 때문에, 자본으로 하여금 '은행'만 운영하여 안정적인 은행업이 유지되게 하기 위함이다.


모든 입법과정이 그렇듯, 보수정당은 주야장천 완화를 주장했다.  은산분리로 산업자본의 금융참여가 제한되면서, 국내 금융산업은 외국계 자본에 지배받는 것이 점차 심화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해서 국내 자본으로 자국의 은행을 방어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헤지펀드나 국제 투기자본들에게서 국내 금융계를 보호하는 것이 명목적인 이유이다.  반대로 진보정당에서는 완화의 목소리에 대한 볼멘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은산분리정책의 완화는 대기업의 조세포탈이나 각종 금융범죄들을 용이하게 만들고 경쟁사에 자금지원을 의도적으로 피함으로써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등 악 효과를 내고, 대기업의 배를 불려주기만 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은산분리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 이후 은산분리 규제완화라는 정책기조를 취함으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현실적으로 규제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오늘 국회의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야 너 어디 은행 써?"라는 질문에 "응, 나 네이버 은행! 삼성 은행! 현대 은행! SK은행!"이라는 대답을 할 수 있는 모든 법제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앞서 간략히 말했듯, 제1금융권에 일반 기업이 마음껏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것은 분명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를 위한 추가적인 규제 법제와 세부 법제들이 매우 필요함을 느낀다.  입법은 많은 책임이 따르는 업무이다.  새로운 법의 통과는 더 많은 책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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