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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Nov 13. 2018

운전 시 면허증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할까?

운전면허증 휴대의무로 살펴보는 처벌이 없는 법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

I. 서론: 운전할 때, 면허증이 필요한가요?

운전할 때, 면허증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나요?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렸는데, 운전해도 되나요?


  "운전할 때, 면허증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나요?" 혹은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렸는데, 운전해도 되나요?"라는 질문들이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렇듯 평상시엔 궁금하지 않았지만, 막상 내게 닥치면 궁금해지는 것들이 존재한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면서, 필기시험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 명을 찾아보라면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다.  도로교통법이 어떻게 쓰여있는지 궁금해서, 도로교통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시험장에 들어갔었다.  그때, 읽었던 조문들 중 하나가 유난히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운전자의 운전면허증 휴대 의무(또는 소지 의무)'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전을 해야 하면 꼭 면허증을 챙긴다.


II. 운전면허 휴대 의무는 폐지되지 않았다

1. 인터넷을 믿으면 안 되는 이유

  그런데, 내 눈을 의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인터넷에 해당 사항을 검색해 보니, 운전면허 휴대 의무가 '폐지'되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심지어 이 글은 구글 검색에서 가장 첫 번째로 올라왔다.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까?


2.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휴대 의무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행법을 찾아봤다.  운전면허증 휴대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은 도로교통법 제92조 제1항이다.

도로교통법 제92조(운전면허증 휴대 및 제시 등의 의무) 
① 자동차등을 운전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운전면허증 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1. 운전면허증, 제96조제1항에 따른 국제운전면허증 또는 상호인정외국면허증이나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른 건설기계조종사면허증
2. 운전면허증등을 갈음하는 다음 각 목의 증명서
  가. 제91조에 따른 임시운전증명서
  나. 제138조에 따른 범칙금 납부통고서 또는 출석지시서
  다. 제143조제1항에 따른 출석고지서


  위 조항을 보면 우리나라는 지금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로 하여금 운전면허 휴대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이는 현행법이며, 현재도 효력이 있다.  하지만, 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휴대 의무가 폐지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로 처벌 받았다는 사람들이 없는 것일까? 이는 휴대 의무와 관련해서는 변경이 없었지만, 휴대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에 관해서는 변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3.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휴대 의무의 위반 시 처벌 면제('행정형벌의 합리화 방안')

  운전면허증 휴대 의무는 본래 위반 시 처벌이 뒤따르는 법이었다.  원래 자동차 등 운전자가 면허증을 휴대하지 않아 단속에 걸린 경우 2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를 부과하게끔 돼 있는 규정이 존재했다.  하지만, 2008년 법무부의 ‘행정형벌의 합리화 방안’ 결정으로 면허증 미소지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면제되었다.


  법무부는 "면허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최대 30일 동안 수용시설에 구금될 수도 있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면허증이 없어도 단속 경찰관이 PDA를 이용해 면허 보유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조항이라고 판단해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라며 연간 10만 명의 전과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4. 소결 및 보론

  우리나라 법은 운전자가 운전할 때에는 운전면허증을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함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운전면허증 휴대 의무라고 한다.  운전면허증, 또는 그를 대체(갈음)할 수 있는 증서 (임시운전증명서, 범칙금납부통고서 또는 출석지시서, 전용차로 운행법규 및 정차·주차 관련 법규 위반자에 대한 출석고지서)가 없이 운전을 하면 엄연히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다만, 처벌 조항은 폐지(편의 위해 면제)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부분은 처벌조항이 폐지되어 처벌이 면제된 것은 '휴대 의무' 뿐이라는 점이다. 우리 도로교통법은 운전자로 하여금 운전 중 운전면허증의 '휴대 의무'와 '제시 등의 의무'를 규정하는데, '제시 등의 의무'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그 처벌조항이 남아있다. 결론적으로 운전면허증을 자신이 휴대하고 있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지만, 그 제시를 요구받거나 질문을 받았을 때 경찰공무원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92조(운전면허증 휴대 및 제시 등의 의무)
② 운전자는 운전 중에 교통안전이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하여 경찰공무원이 제1항에 따른 운전면허증등 또는 이를 갈음하는 증명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거나 운전자의 신원 및 운전면허 확인을 위한 질문을 할 때에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155조(벌칙)
제92조제2항을 위반하여 경찰공무원의 운전면허증등의 제시 요구나 운전자 확인을 위한 진술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III. 결론: 위반 시 처벌이 없는 법은 지켜야 하는가?

  참 재미있다.  법은 현재 효력을 갖고 존재하지만, 위반 시 처벌이 존재하지 않는 법이 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위반 시 처벌이 없는 법


  처음에는 운전면허 휴대 의무가 없어졌다는 인터넷의 글을 보면서, 분노했다.  현행법을 제대로 알지도 않고 없어졌다고 말해주었을 때, 이를 보고 누군가는 실제로 그렇다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는 처벌의 면제가 법의 폐지와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잡힐 일이 없는데, 그리고 손해 볼 일이 없는데, 법이 없다고 생각해도 되는 것이다.


  깊은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1)  '처벌'이 없다면, '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절대로 그렇지 아니하다.  처벌이 없다고 하더라도, 법은 법이다.  도로교통법 제92조는 분명히 현재 존재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처벌'이 없다고 하더라도 '법'은 존재할 수 있다는 명제가 도출된다.


(2) '법'은 존재하지만, '처벌'이 없을 때 나올 수 있는 두 가지 행동에 따른 '법'에 대한 인식은 무엇인가?

  두 가지 행동이 나올 수 있다.  1) 법을 지키지 않는다; 2) 법을 지킨다.  하지만, 결과는 동일하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 다른 두 가지 행동은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법'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두 가지 행동의 차이는 바로 '법을 지키는 것: 준법'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전자의 '법을 지키는 이유'는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후자의 '법을 지키는 이유'는 '사람들의 합의에 따른 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 법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모두가 합의한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법을 지키고 있는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하는 문제다.  


  '만약, 절도에 대한 처벌이 면제된다면?', '만약, 살인죄에 대한 처벌이 면제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이 고민이 바로 실체법에서 형이상학적인 법철학으로 나아가는 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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