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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Apr 02. 2019

선거 유세: 왜 시장은 되고, 축구장은 안될까?

쉽게 이해하는 「공직선거법」 이야기

I. 민주주의의 꽃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말을 다 들어보셨을 것이다.  모든 꽃이 다 아름다우면 좋겠지만, 때론 어떤 꽃들은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거나 양귀비와 같은 의존성 마약이 되곤 한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정당하지 못한 선거는 민주주의에 큰 독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선거를 많은 부분에서 제한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제한받는 것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선거 유세에 대한 제한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는 유세가 필수적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돌아다니며 자신을 홍보한다.  우리가 학생 때 학생정치에서 보았던 것과 굉장히 유사하다.  선거유세는 이미 정형화된 프레임이 있는데, 이는 클래식-클리셰로 느껴질 정도다.  시장에 가서 젓갈을 맛보거나, 채소를 구입하는 등.  선거철이 되면 대통령부터 구의원에 이르기까지 정치인들은 자신을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어진다.


그러나, 매번 선거철이 되면 뉴스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선거법 위반'에 관한 이야기다.  A후보와 B후보가 한 지역구에서 경쟁을 펼칠 때, A후보는 B후보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말하고, B후보는 A후보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말한다.  선거법을 위반했을 때 그만큼 손실이 크기 때문이고, 또한 선거법만큼 쉽고 효율적으로 주장하기 쉽고 상대에게 흠을 주기 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황교안 씨의 축구장 선거유세와 관련하여 여론이 뜨거울 정도로 많은 소식이 전해졌다.  어떤 정당은 이를 심각한 위반이라고 말하고, 어떤 곳에서는 경미한 규칙 위반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선거유세를 규제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막말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서의 유세는 괜찮고, 왜 축구장에서의 유세는 안된다고 하는 것일까?



II. 공직선거법

앞서 말했듯,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너무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법은 그 꽃이 반드시 정당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것에 대해서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게 될 「공직선거법」이다.  우리는 흔히 투표는 하고 선거 유세에는 노출되지만, 사실상 공직선거법을 읽어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오늘 반드시 그 법을 읽어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왜냐?  분명히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슈가 된 축구장 유세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세 가지 조항 때문이다.  그 조항들은 제79조, 90조, 106조이다.

공직선거법 제90조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 경우 정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의 명칭이나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성명ㆍ사진 또는 그 명칭ㆍ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1. 화환ㆍ풍선ㆍ간판ㆍ현수막ㆍ애드벌룬ㆍ기구류 또는 선전탑, 그 밖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ㆍ진열ㆍ게시ㆍ배부하는 행위
2. 표찰이나 그 밖의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
3.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ㆍ마스코트 등 상징물을 제작ㆍ판매하는 행위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보지 아니한다.

1. 선거기간이 아닌 때에 행하는 「정당법」 제37조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
2. 의례적이거나 직무상ㆍ업무상의 행위 또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행위
제106조(호별방문의 제한) 

②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관혼상제의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와 도로ㆍ시장ㆍ점포ㆍ다방ㆍ대합실 기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제79조(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 

① 후보자(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후보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선거운동기간 중에 소속 정당의 정강ㆍ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홍보하기 위하여 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을 할 수 있다.  <개정 2010. 1. 25.>

②제1항에서 "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이라 함은 후보자ㆍ선거사무장ㆍ선거연락소장ㆍ선거사무원(이하 이 조에서 "후보자등"이라 한다)과 후보자등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지정한 사람이 도로변ㆍ광장ㆍ공터ㆍ주민회관ㆍ시장 또는 점포, 그 밖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장소를 방문하여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거나 청중의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대담하는 것을 말한다.  

③공개장소에서의 연설ㆍ대담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자동차와 이에 부착된 확성장치 및 휴대용 확성장치를 각각 사용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106조 2항에서는 선거운동의 장소를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79조에서 공개장소를 "도로변, 광장, 공터, 주민회관, 시장 또는 점포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106조에서는 관례(성인식), 혼례(결혼식), 상례(장례식), 제례(제사)에서는 선거활동이 가능함을 예외로 두고 있다.


III. 왜 시장에서의 유세는 가능한데, 축구장 유세는 불가능한가

바로 앞서 소개한 조항 때문에, 축구장에서의 선거유세는 공직선거법상 불법이 되는 것이다.  선거운동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여야 하는데, 축구장은 '티켓(관람권)'을 구입해야지만 입장이 가능한 장소이므로 공개된 장소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입장료가 필요한 장소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유세의 장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야구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농구장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입장료를 받고 들어가는 박물관이나 고궁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이미 2017년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서는 유권해석을 진행한 바 있다.


국회의원이 선거운동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의 선거인이 모이는 유료의 야구장에서 소속정당 후보자의 기호가 표시된 윗옷을 착용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90조에 위반될 것이나, 등번호 1번인 선수의 유니폼과 성명, 구단명, 모양, 색상 등이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야구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법상 제한되지 아니할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7년 4월 24일
(출처: 표창원 의원실)


IV. 결론: 꽃은 아름다워야 한다

꽃은 아름다워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 역시 아름다워야 한다.  절차가 부정한 것은 아무리 그 목적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정말 세세한 부분에서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마이크를 쓰면 되는 장소와, 쓰면 안 되는 장소에서부터 포스터의 위치와 크기까지.


운 좋게도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기에 나는 선거를 경험할 상황이 참 많았다.  유학을 하면서 대선을 경험했었고, 나아가 법원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모시던 판사님의 선거유세를 따라다닌 기억도 있다.  그 모든 과정에서 느낀 것은 대단함이었다.  미국이 부패한 나라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더 세세한 부분에서 선거 유세를 규제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절대로 얼굴이 들어간 포스터나 인쇄물을 나누어줄 수 없다.  유세자의 얼굴이 투표자로 하여금 결정에 영향 (prejudice)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것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 수많은 법조인들을 영입하고 그들에게 자문료를 지급한다.


꽃은 아름다워야 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법조문을 해석하고, 세세한 부분에서 선거 유세에 들어가는 모든 인력을 제어해야 한다.  그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름다워지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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