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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Oct 02. 2018

한 국회의원이 제시한 보수의 미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제시한 밑그림 이야기

미국 사법체계에서 구두변론(Oral Argument)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그래서, 좋은 Litigator는 많은 돈을 받고 법원에 가서 침을 튀기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렇기에 미국 로스쿨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구두변론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제공한다.  그러한 준비를 할 때 항상 보는 것이 세계 수많은 리더들의 명연설이다.  미국 대통령들의 연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간디의 연설 등등...  아쉽지만, 한국인의 명연설을 생각해보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의 한 의원이 한 명연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와! 고였다고 생각한 우리 정치계에서도 이렇게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



먼저 여기 계시는 선배 동료 여러분들께 한반도 비핵 평화의 긴 여정에 있어서 우리 국회도 밥값 좀 합시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대정부질문 연설에서 


이젠 국회가 한반도 비핵 평화의 긴 여정에 밥값 좀 하자는 따끔한 외침으로 시작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5분 남짓한 연설은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연설을 2번이나 들었다.  사실 익히 들어온 이름이었고 당명과 함께 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연설은 정말 좋은 연설이었다.  메시지가 쉽고 명료했고, 전달력도 아주 훌륭했다.  그 메시지를 간략하게 논리구조로 정리해보았다.



*10월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연설을 목차를 잡아 요약 정리함과 동시에 더 쉽고 빠른 이해를 위해 생략된 부분들을 채워 넣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추가된 부분은 본인의 해석과 추정이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I. 서론

    한반도 비핵 평화가 급격하게 진행 중이다.  이제 국회가 한반도 비핵 평화에 있어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II. 한반도 비핵 평화에서 국회의 역할

1. 무권리 함을 깨우쳐주기

    한반도 비핵 평화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  더 많은 북한 사람들을 만나서 대한민국이 정상국가이고, 북한은 아직 정상국가가 아니라고 말해 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다.


2. 국회가 먼저 열려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회에 온다고 한다면, 많은 국회의원들이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왜 반대할 일인가?  우리 국회의원들이 북한에 김정은 위원장이 대한민국 국회에 와서 연설을 하고, 우리 제1야당 대표가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할 수 있게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반대한다면, 우리가 그것을 제안했고 북한에서는 반대했다고 공표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 앉아서 계속 반대만 한다면, 북한이 우리를 속 좁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게 되는 것이다.


III. 한반도 비핵 평화에서 보수 정치인(보수세력)의 역할

1. 실패한 체임벌린이 아닌 성공한 레이건을 보자

    보수 정치인들이 현재 선택한 노선은 바로 '실패한 체임벌린' 노선이다.  해당 노선에는 두 가지 핵심 구어가 있다.  "믿지 말라 북한", "무조건 반대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실패한 체임벌린이 아니라 '성공한 레이건'을 보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도 두 가지 구어가 있다.  "믿어줘라", "하지만, 검증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실패한 체임벌린이 아니라 성공한 체임벌린을 따라가야 한다.  


2. 검증하기 위해선 만나야 한다

    그렇다면, 검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나야 한다.  우리는 자꾸 만나야 한다.


IV. 결론: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

1. 변화를 가로막지 말고, 변화에 기여하자

    현재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역사는 누가 그 변화에 기여했는가를 두고 평가를 하지, 누가 더 그 변화를 가로막았는지를 두고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우리 국회는 지금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이제 변화에 기여할 때다.


2. 한반도 미래의 주인에 대한 국민의 재평가

    국민들이 보고 있다.  지금처럼 우리가 변화를 계속 가로막으면, 한반도 미래의 주인에 대한 국민의 재평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진보는 눈치 보느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가 변화에 기여해야 한반도 미래의 주인에 대한 국민의 재평가도 이루어질 것이다.




국회 TV를 종종 보지만, 항상 속만 답답했다.  언제나 텅 비어있는 의원석을 볼 때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할 때가 많았다.  이번 하태경 의원의 연설을 들으면서 오랜만에 가슴속 시원함을 느꼈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는구나!'  (물론, 국회의원석은 아직도 텅텅 비어있지만).


나는 하태경 의원의 연설이 우리나라 보수 정치세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잘 잡혀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에 보수가 주창해야 하는 가치는 '자유'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보수는 '자유'를 외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외치는데 모든 에너지를 쓰는 듯한다.  보수는 자유를 외쳐야 하고, 그 자유는 어디서부터 나오는가?  바로 '헌법'에서 나온다.


국회에서 레이건과 채임벌린의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레이건과 체임벌린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기술하고 넘어가겠다.  체임벌린은 히틀러와의 이야기로,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와의 이야기로 유명하다.  그 이야기는 '협상'이기에 더 유명하다.  한 명은 협상에 실패했고, 한 명은 협상에 성공했다.  협상의 내용은 유명하지 않지만, 협상의 결과는 어느 나라 역사책에나 쓰여있다.   


체임벌린부터 이야기해보자.  2차 대전 직전, 1938년 성사되었던 영국 총리 체임벌린과 독일 총통 히틀러 간의 뮌헨 협상은 강경파가 협상파를 '순진한 이상주의자'라고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예시다.  독일을 협상이 가능한 대상으로 순진하게 믿어버린 체임벌린 때문에, 세계 2차 대전의 시작이 더 원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재반론(체임벌린에 대한 재평가)은 김연철 씨의 책 『협상의 전략』에서 잘 볼 수 있다.  


다음은 레이건 이야기다.  미국의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소련 공산당 총서기 고르바초프는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유명한 협상을 진행했다.  그것이 우리가 오늘날 말하는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이다.  이 정상회담은 흔히 성공한 협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협상 자체는 결렬되었다.  협상 중 소련의 장점과 약점을 잘 분석하게 된 미국에서 이를 이용해 냉전 질서를 종식하는 '핵전력 폐기 조약'을 이끌어 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이를 성공한 협상이라고 부른다. 


여느 때보다 보수의 힘이 약해진 2018년, 국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한 발언은 참으로 놀랍게 느껴진다.  그저 자리에 앉아서 계속 무조건적 반대만 한다면, 속 좁은 정치인들이 된다는 것이다.  넓게 보고, 미래를 봐야 하는 정치인에게 '속이 좁다'라는 건 참으로 마음 아픈 단어일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변화해나가야 한다.  전략을 수정하고, 목표를 재설정하고, 앞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태경 의원의 이번 발언은 나로 하여금 놀라게 만들었다.  만약 보수가 이러한 방향으로 새로운 목표를 세워 달려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다시 보수 여당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원래 전문 영상을 실었었지만, 영상이 사라져 일부분만 분석하는 영상을 첨부한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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