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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Nov 03. 2018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을 바라보며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지난 29일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 연일 큰 화제다.  누군가의 한 마디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며, 국회의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국정감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요 며칠간 수많은 뉴스가 생겨나고, 국회에서는 장관 해임안까지 제출되었다.


리선권은 난데없이 대기업 총수들 모여 앉아 냉면 먹는 자리에 불쑥 와서 '아니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이렇게 얘기했어요

정진석 의원


한 국회의원의 "그렇게 들었다"는 발언으로 인해,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언론들은 앞다투어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 한마디는 경제협력 추진이 더딘 데 불만을 드러내 것으로 둔갑했고, 무례함에 이어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는 확대 해석으로까지 이어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례한 정도가 아니라 남북관계 진전을 안 시키려고 작정한 아주 안 좋은 행동"이라며, "북측이 사과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비판을 가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이를 "정부의 자존심과 기업들의 자존심이 훼손되었다!"라고 이야기했고, 자유한국당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국정원장까지 나서 "사실이라면 무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분명 짚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https://blog.naver.com/chungjinsuk/221388888287


사실이라면, 참 기분 나쁜 일이었다.  그러나, 분명 한 명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 한 명의 직분과 그 발언의 위치였다.  이 나라의 움직이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입에서, 국정감사 도중 나온 이 발언은 조회수 고공행진을 이끄는 좋은 제목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발언의 진위여부에 대해서 검토하고 따지기보다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고, 언론의 보도로 인해 정치인들과 기관장들이 기사를 보고 인터뷰에 답변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다.  


뒤이어 다른 국회의원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과연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해당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발언이 있었다면, 분명히 그 발언을 들은 사람도 있을 것이 아닌가?  사실 간단한 조사였다.  리선권 위원장은 2번 테이블에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모여 앉았기에, 홍영표 의원은 대기업 총수들을 대상으로 해당 발언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리선권과의 식사자리에서 해당 발언을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에 대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 총수 3~4명에게 직접 전화해 확인했지만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정의당이 말을 거들었다.  정의당은 바로 어제, 대변인을 통해 "이번 일을 명백하게 입증할 수 없다면 자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해당 논의에 대한 당의 견해를 밝혔다.  

무엇이 확실히 맞다!라는 이야기는 쉽지 않다.  정진석 의원 혼자서만 해당 발언을 들었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 발언의 진위여부를 판명할 필요가 있고, 그렇기에 쉽게 말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우리는 책임이라고 말한다.

  


힘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정말 기본적인 것이다.  이 원칙은 우리 삶에서도 지켜진다.  우리는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책임질 수 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추가적인 책임을 진다.  이번 이 일화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입법부와 언론의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  짜장면을 한 그릇 시켜도, 자신이 주문한 발언 "여기 짜장면 한 그릇이요!"에는 책임을 진다.  다시 말해, 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 '아니면 말고'식의 발언은 비판받는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있는 현장은 국정감사의 현장이다.  나아가, 오랜 기간 분단된 두 국가간의 만남이라는 정말 큰 주제를 가지고 일하고 있는 시기다.  다시 말하는 것이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다음은 한국 기자협회 윤리강령의 한 부분이다.  자세히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띠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언론이 위임받은 편집-편성권을 공유할 권리를 갖는다. 기자는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통해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국민들을 올바르게 계도할 책임과 함께, 평화통일·민족화합·민족의 동질성회복에 기여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이와같이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갖고 있는 기자에게는 다른 어떤 직종의 종사자들보다도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

"우리는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신속하게 바로 잡는다."

"우리는 취재의 과정및 보도의 내용에서 지역·계층·종교·성·집단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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