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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Mar 29. 2019

'자유주의'에 대한 오해들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요즈음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효용(efficiency)'과 '부의 증대'가 인생의 목적이자, 나아가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찾아보자면 결국 자유주의(Liberalism)와 그 이후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들 수 있겠다.  '경쟁'을 미덕으로 하는 자유주의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효용(efficiency)'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미덕으로 만들었다.  또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도태'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나아가 '지구화'(globalization)라는 세계적 흐름과 함께 자유주의는 시장경제와 합쳐져 자유무역과 규제의 철폐를 외치는 신자유주의로 발전했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이 신자유주의를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하는 역할을 맡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은 시장에서 배제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이 신자유주의를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이 신자유주의에서 비롯한 도덕적 해이와 타락으로 인해 미국은 국가경제 부도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지금은 자유주의의 시대다.  경쟁을 미덕으로 하는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결합하여 많은 다른 이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9쪽.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자유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특히, '경쟁'을 예찬하는 경우에 이러한 특징이 도드라지며 나아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에 대한 원인을 도태된 사람들에게 돌릴 때 그 근거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자유주의'다.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실직하게 되는 경우 그 개인의 무능력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 해고와 실직이라는 결정을 내린 사람은 따로 존재하는데 말이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내일의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은 그 사람들의 능력 없음으로 귀결되곤 한다.


신자유주의라 이름 붙여진 횡포한 자유주의의 확산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능력을 박탈당하고, 가정을 잃고, 삶을 잃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보자면 현재의 자유주의에는 자유가 없다.  다만 효용과 부의 증대, 자본의 힘만이 있을 뿐이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9쪽.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과연 1) 경쟁 예찬; 그리고 2) 성공한 자와 도태된 자를 나누는 방식으로 '자유주의'는 만들어졌던 것인지, 그리고 실제 자유주의라는 것이 그러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에 대해서 거시적, 미시적으로 자유주의를 잘 설명해놓은 책을 간단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땅에서, 또 어딘가의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에서 내 이웃이, 나와 같은 인간이, 그리고 인간과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자연이 거대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삶을 잃고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떠올릴 때마다 내가 자유주의자라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9쪽.


김만권 작가님은 자유주의에 대해서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3가지를 이야기한다.  그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자유주의는 개인과 공동체를 분리시킨다

2. 자유주의는 복지를 반대한다

3. 자유주의 시장에는 도덕이 없다


®KBS, 1박 2일

첫 번째는 개인과 공동체의 분리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유행어를 우리나라 전체에 유행시켰던 KBS의 간판 프로그램 1박 2일이다.  서구의 특징이라고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개인주의'가 우리나라에 쉽게 스며들었던 방식은 바로 이 유행어를 통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나아가 이는 우리로 하여금 자유주의를 '개인과 공동체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해하게끔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나'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곳에 경쟁에서 진 '타인'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두 번째는 복지에 대한 반대다.  복지란 무엇인가?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내일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그리고 일부 재계에서는 자유주의를 복지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소개한다.  과연 그것이 맞는 것일까?


세 번째는 자유주의가 지향하는 시장이란 도덕이 부재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도덕이 없이 '공급'과 '수요'의 법칙으로 돌아가는 시장이 과연 진정한 자유주의가 말하는 이상적인 시장일까?  이는 결국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가게 되고, 결국 규제 철폐와 자유무역을 외치는 신자유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과연 건전하지 않은 기업윤리를 가진 기업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은 자유주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일까?  


…이 책의 부분적인 목적은 현재의 자유주의의 모습이 참 자유주의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11쪽.


효용과 부의 증가가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 현실을 다시 돌아보자.  나아가 경쟁에서 도태되면 안 된다며 어린아이들에서부터 성인들에게까지 계속해서 발전하고 또 발전하라고 말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자.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월요병'이 걸린 사람들과, 피로해야지만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는 '피로사회'에 돌입한 우리의 모습을 보자.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듯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결국 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어렵고 내일의 삶이 기대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자.  무엇인가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변화의 근간에는 정치인들의 입법이 존재하고 그 입법에는 언제나 '자유주의'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현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이 놓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이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12쪽.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은 국가나 사회로 인해 개인이 불행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12쪽.

나는 자유주의자다.  자유주의자이므로 개선되지 않는 빈곤, 충족되지 않는 기본적 욕구, 기초적 권리의 침해, 기근과 광범위한 기아, 환경 및 경제적∙사회적 삶을 악화시키는 위협과 같은 부자유를 개선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것들은 개인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그 기회를 빼앗는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12쪽.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개인주의의 정치원리를 변함없이 옹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주의도 현존하는 타인 없이, 그리고 그 타인과의 관계없이 성립할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개인주의는 타인의 삶의 질을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19쪽.

분명 경제와 정치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그러나 경제와 정치의 분리될 수 없음이 정치영역의 축소나 소멸을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아렌트 (Hannah Arendt)가 말하듯이 인간의 진정한 삶은 먹고 입고 자는 여건의 마련이 아니라 정치적 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개진하며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19-20쪽.


그러나 현재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경제영역의 극대화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경제의 효율성에서는 성공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정의와 인간의 연대성을 다루는데 실패했다는 기든스(Anthony Giddens)의 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참된 삶에서 개인의 경제적 여유만큼이나 타인과의 연대가 중요한 탓입니다.  풍요로움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창조하고 그 풍요로움을 타인과 나눔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창조할 때, 안정적인 공동체 속에서 더욱 자율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20쪽.

비록 자유주의 시장에서 실패했다 하더라도 하나의 존재로 태어난 이상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일상을 이 책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21쪽.

현대에서 자유주의는 지구촌에 널리 퍼진 하나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어 우리의 일상 깊숙이 찾아와 우리의 삶 곳곳에 배어 있는 존재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유주의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러나 자유주의를 말하면서도 일부 사람들은 자유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자유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결여는 현실에서 왜곡되어가고 있는 자유주의를 자유주의의 참된 본질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오해의 악순환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아주 작게는 주변과 격리된 자기 자신만의 이익 추구,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자유주의의 한 부분인 양 행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개인을 세상과 격리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24쪽.

개인이 그 인생에 대한 설계를 어느 누구의 간섭 없이 스스로 하며, 국가가 그것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하고 그 실현을 도와주는 것, 이것이 바로 자유주의입니다.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27쪽.


김만권,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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