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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Apr 29. 2019

아담과 하와는 왜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을까?

첫 번째 범죄, 그리고 첫 번째 용서

I. 들어가며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성경이다.  종교를 불문하고 세계 사람들의 대부분은 성경의 가장 첫 부분이 창세기라는 것과, 그 창세기에 있는 이야기 한 개를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담'과 '하와'로 번역된 (영미권에서는 'Adam'과 'Eve'로 번역) 첫 번째 인간들이 에덴동산에서 살았고, 선악과를 먹어 그 동산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 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왜 그들이 쫓겨났고 그 이후의 결과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글을 통해서 아담과 하와의 에덴동산 이야기와 선악과 이야기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소개해보겠다.


II. 문화명령과 에덴동산 이야기

1. 배경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한 가지를 부탁하신다.  그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위 '문화명령'이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 1:28)

Be fruitful and increase in number; fill the earth and subdue it. Rule over the fish of the sea and the birds of the air and over every living creature that moves on the ground. (Gen 1:28)

그리고 그 문화명령을 지킬 수 있고, 마음껏 주어진 일을 펼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신다.  그곳이 바로 '에덴동산(garden of eden)'이다.  그곳에는 수많은 동물들과 나무들이 있었는데, 나무에는 열매가 맺혀있었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창 2:15)

The LORD God took the man and put him in the Garden of Eden to work it and take care of it (Gen 2:15)
Michelangelo Buonarroti , Scenes from Genesis (the ceiling), Sistine Chapel, Vatican City

2. 에덴 동산의 규칙

구약 성경에서는 다양한 하나님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하나님은 '신(神)'이지만, 동시에 입법자(law maker)로서의 모습을 보이신다.  아담과 하와에게 하나님께서는 '법'을 주신다.  쉽게 말해서 '규칙'을 주신 것이다.  필자는 법을 전공했기에 이러한 법과 규칙을 보면 그냥 놓고 볼 수 없다.  함께 그 규칙을 분석해보자.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창 2:16)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 2:17)

LORD God commanded the man, "You are free to eat from any tree in the garden; but you must not eat from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for when you eat of it you will surely die." (Gen 2:16-17)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법들이 '일반 원칙(general rule)'과 '예외 원칙(exceptional rule)'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첫 규칙 역시 일반 원칙과 예외 원칙으로 구성되어있다.  첫 원칙은 '자유'다.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임의로 먹으라는 것은 자유롭게 동산의 열매들을 먹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예외 원칙이 등장한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의 열매(선악과)는 예외적으로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에 미칠 결과가 '반드시 죽음'이라는 것을 말씀하신다.

이를 영어로 보면 'surely die'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신학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이 피조물로서 창조주인 하나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드는 법이었다고 한다.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볼 때마다 그것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병호, 『통성경길라잡이』, 통독원, 32쪽.

Jan Brueghel the Elder, Paradise, Städel Museum, Frankfurt am Main


III. 하와의 2가지 실수

1. 배경

에덴 동산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규칙을 잘 지키고 살고 있던 이들에게 '뱀(serpent)'이 다가온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창3:1)

Now the serpent…said to the woman, "Did God really say, 'You must not eat from any tree in the garden'?" (Gen 3:1)


약간은 모호해 보이는 질문을 들은 하와가 질문에 대한 답을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규칙(법)'을 뱀에게 그대로 말해주는 과정에서 2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법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의 실수다.  하와는 어떻게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을 잘못 해석하였을까?  혹은 잘못 인식하였을까?  그것을 알아보자.


2. 법 해석에 대한 2가지 실수

1) "먹지 말라(must not eat)" v.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neither eat nor touch)"

하와의 법 해석(혹은 인식)에서 일어난 첫 번째 실수다.  하와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을 그대로 전하면 되었는데, 이에 몇 단어를 추가한다.  단순히 먹지 말라는 법을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라는 법으로 왜곡시킨다.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Must not eat” v. “Neither eat nor touch”


2)  "반드시 죽으리라(You will surely die)” v. “죽을까 하노라(You will surely die)”

곧이어 두 번째 실수가 나타난다.  하나님께서는 예외조항을 어길 시에 '반드시 죽는다'라고 그 결과를 말씀해주셨으나, 하와는 몇 글자를 뺌으로써 문장 전체의 뜻을 왜곡시켜버렸다.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 아닌 죽을까 한다라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 보면 더 확실히 의미가 다가오는데, "surely(반드시)"라는 단어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법률계약서에서 must와 will이라는 두 단어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하와는 바로 그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You will surely die" v. "You will die"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열매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창 3:2-3)

The woman said to the serpent, "We may eat fruit from the trees in the garden, but God did say, 'You must not eat fruit from the tree that is in the middle of the garden, and you must not touch it, or you will die.'" (Gen 3:2-3)


3. 검토

하와의 2가지 실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별것도 아닌 실수 가지고..."  하지만, 이를 법률문서라고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변호사가 법률 문서에 있는 내용 중 한 가지를 추가해서 기입했고, 나아가 의무를 규명하는 must 동사를 will로 바꾸었다면?  당장에 그 변호사는 해고되고, 막대한 손해배상을 물게 될 것이다.


하와의 실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들은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굉장히 중요한 능력인데, 그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규칙이자 법인 하나님의 법을 인식하고 해석하는데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이 두 가지 실수가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 계속해서 이야기를 전개해보겠다.


IV. 첫 번째 범죄, 첫 번째 용서

1. 첫 번째 범죄

뱀은 하와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뱀은 다시 하와에게 말한다.  반드시 죽으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결코 죽지 않으리라라는 정 반대의 말로 바꾸어 속삭인다.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창 3:4)
"You will not surely die, " the serpent said to the woman. (Gen 3:4)


그리곤 유혹의 말을 던진다.  열매를 먹게 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과 같게 되어 선악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창 3:5)
"For God knows that when you eat of it your eyes will be opened, and you will be like God, knowing good and evil." (Gen 3:5)


성경은 그 말을 들은 하와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하와가 그 말을 듣고 나무를 보니 그 나무의 열매가 보기에도 좋고, 지혜가 생길 것처럼 탐스럽게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하와는 그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함께 있던 자신의 남편 아담에게도 준다.  그 열매를 먹은 두 명은 눈이 밝아진다.  그래서 자신들이 벌거벗은 것을 깨닫고 자신들의 몸을 가린다.  인간이 하나님의 법을 어겼다.  첫 번째 범죄의 발생이다.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창3:6-7)
When the woman saw that the fruit of the tree was good for food and pleasing to the eye, and also desirable for gaining wisdom, she took some and ate it. She also gave some to her husband, who was with her, and he ate it. Then the eyes of both of them were opened, and they realized they were naked; so they sewed fig leaves together and made coverings for themselves. (Gen 3:6-7)
Hans Holbein the Younger, Adam and Eve, Museum Kunstmuseum, Öffentliche Kunstsammlung, Basel

2. 첫 번째 범죄의 결과

첫 번째 범죄가 범해졌다.  그들의 눈이 밝아졌고, 곧이어 그들에겐 수치와 두려움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을 피해 숨게 된다.  죄는 언제나 '관계'를 가로막는다.  하나님께서는 죄에 대한 세 가지 대가를 치르게 하신다.  그 대가는 다음과 같다.


① 하와 - 임신하는 고통(해산의 수고) - Eve had to experience pain in childbearing

② 아담 - 일하는 고통 (노동의 수고) - Adam had to experience painful toil

③ 모든 인간이 흙으로 돌아가게 됨 (유한한 생명) - All human being had to return to dust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 하시고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네게 먹지 말라 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네가 그것에서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창 3:16-19)

그리고, 더 이상 에덴동산에 머물 수 없게 된 그들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떠나는 그들을 보며 통쾌해하시지 않았다.  슬퍼하셨다.  그리고, 떠나는 그들의 손에 선물을 쥐어주신다.

Michelangelo Buonarroti, The Expulsion from Paradise, Museum Sistine Chapel, Vatican City

3. 첫 번째 용서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떠나가는 아담과 하와에게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창조하신 동물을 희생하여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주신다.  인간의 죄로 인해 무고한 동물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구약을 조금이라도 읽어보신 분이라면 눈치채셨을 것이지만, 이는 이후 인간이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서 제사를 드릴 때 '동물'을 잡아 제물로 드리는 제사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인간의 죄로 인해 죄 없는 동물의 피가 흘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신약으로 가면, 모든 인간의 죄 때문에 죄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흘리는 것과 연결된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창 3:21)
The LORD God made garments of skin for Adam and his wife and clothed them (Gen 3:21)


V. 나오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범죄를 야기한 실수가 바로 규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이야기는 보여준다.  두 번째는, 인간의 죄로 인한 세 가지 결과가 우리 현실에 있는 갈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임신과 해산의 고통', '노동하여야만 먹을 수 있는 노동의 고통', '언젠가 죽게 되는 인간의 유한성'까지 모두 우리 현실에 있는 문제들과 그대로 연결된다.  세 번째는, 언제나 하나님의 용서는 인간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용서에는 무고한 생명의 피 흘림이 있다는 것이다.  구약에선 유월절 어린양의 피가,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흘려졌다.  우리가 오늘도 비둘기와 양을 잡지 않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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