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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에 시작하는 마라톤 8

by 난나무

'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이 말을, 지키는 사람이 꼭 되어보고 싶었다.

내가 시작한 사소한 일이 큰 성과를 얻는 맺음을 이루어 내보고 싶은 일이 많았다.

그 성공을 맛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번에는 내가 느끼는 쾌감이 고통보다는 흥분되는 기쁨이 커서

창대한 끝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산을 오르는 행복한 시작을 하고 갑자기 허벅지부터 무릎 쪽으로 통증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통증이 아니었다.

나의 어쭙잖은 지식을 믿고 빨리 병원을 찾지 않은, 무지함이 가장 큰 문제였다.

몇 년 전 무릎위쪽이 아플 때 다리의 문제가 아니고, 허리의 문제라는 진단을 받고, 허리치료를 받았다.

그 기억이, 그 사실이 나를 선무당으로 만든 것이다.

하여, 통증을 완화하고자 열심히 걸었다.

걷고 또 걸으면 허리가 편안해지고 다리의 통증이 없어지리라는 나 혼자만의 진단과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통증의 완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 조금 더 아팠다가, 조금 덜 아팠다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4월은 가고 있었다.

하루는 앉았다 일어날 수가 없는 고통이 무플과 허벅지를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결국은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남들 다하는 무릎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한심스러운 자책의 시간들이 지나갔다.

나의 무지함이 화가 났고, 바지런하지 못한 생활태도에 실망했다.

이것밖에 안 되는 내가 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에 대한 상상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날개를 펴고 커져만 갔다.

80에도 달리는 할머니가 되고 싶었고,

덩치 큰 서양사람들이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꼴찌로라도 달려보고 싶었다.

무엇이든 시작만 하는 내가 아닌, 꾸준한 나를 만들어 사랑하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이 절제와 부지런함과 계획과 실천과 더불어 인내를 가져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태한 나를 질책만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어떤 걸 꾸준히 해야 할지 나를 재단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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