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by 윤민지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크고 작게는 저마다의 목적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정보를 얻기 위해,

누군가는 부탁을 하기 위해,

누군가는 현재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


어쩌면 만남은 언제나 어떤 이유를 전제로 시작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러한 만남에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작년에야 처음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누군가를 만나는 데 특별한 이유를 두지 않았다. 그냥 이 사람이 좋고, 보고 싶으면 만났다. 다른 이유를 굳이 붙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된 일이 있었다.


작년에 회사 프로젝트에 나가기 전, 친해지고 싶었던 동료에게 점심을 한 끼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승진도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겸 한 번은 밥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 없이 “밥 한번 먹자”고 말을 꺼냈고, 약속을 잡아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던 중, 그분이 웃으며 물었다.

“왜 갑자기 저랑 밥을 먹자고 하셨어요?”


나는 딱히 떠오르는 이유는 없었지만,

무언가 답을 해야 할 것 같아 “승진해서 밥 사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이 웃으며 말했다.

“저한테 밥 사주는 분들은 보통 다 부탁하려고 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부탁할 게 있나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사람들과의 만남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왔던 건 아닐까 싶었다.

나는 그저 친해지고 싶어서 밥을 먹자고 한 것뿐인데, 누군가에게는 그 만남이 ‘이유가 있는 자리’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조금은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이분께 모든 만남이 목적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걸 전하고 싶었다.

그저 이유 없이 친해지고 싶었던 내 마음이 전해진 걸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지금은 그때 이야기를 웃으며 꺼내는 편한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한동안은 사람들에게 밥을 먹자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졌다.

내가 먼저 밥을 먹자고 하면, 혹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괜히 의도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조차 만나자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모든 만남에 목적이 있다고 해도, 그 목적이 꼭 계산적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떤 만남의 이유는 단순할 수도 있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편하고, 그냥 보고 싶어서.


어쩌면 그런 단순한 이유야말로 가장 솔직하고 건강한 만남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만날 때 큰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 그저 이 사람이 좋고, 함께 있는 시간이 괜찮아서 만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만남의 의미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그 사람과의 시간이 그 자체로 충분해지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만남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새 이유 없이도 서로를 찾게 되는 사이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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