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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Feb 10. 2021

90년대생과 이직,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일자리 이상형

출처:뉴시스

 

 2021년 설이 다가온다. 중국에는 춘절이 다가오는 시기가 되면 회사들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기념하는 컨퍼런스(年会)를 진행하고, 성과급과 함께 공로에 대한 인정으로 상을 주기도 한다. 동시에 연휴에 앞서 일찍이 귀성길에 오르는 동료들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직과 퇴사 소식으로 일 년 중 가장 어수선하고 마음이 들뜨는 시기다. 중국에서도 도시 간 이동으로 인해 코로나가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몸값을 높여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움직임은 한 해 중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2014년 링크드인(LinkedIn)이 발표한 《중국 직장인 이직 보고서(中国职场人士跳槽报告)》 에 따르면, 중국 4대 경제권에서 일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 연수는 34개월, 중간값은 24개월로 나타났다. 직종 별로는 컨설팅, 법률 자문, 금융, IT 업종 종사자들의 근속 연수가 30개월 안팎으로 가장 짧았고 제조업 종사자들의 근속연수가 39개월로 가장 길었다. 구직구인 플랫폼 즈리엔짜오핀(智联招聘)이 발표한 《2019春季跳槽报告(2019년 춘계 이직 보고서)》의 조사에서도 조사기간 당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4%,1년-3년 주기로 이직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9.07%에 달했다.


산업별 평균 근속 연수, 출처: 《中国职场人士跳槽报告》


 피고용인의 잦은 이직은 업무와 서비스의 공백으로 이어져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95허우(95년 이후 출생자, Z세대)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고용인들은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는데, 95허우(Z세대)의 근속 연수가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링크드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5허우(Z세대)의 첫 직장에서의 근속 연수는 평균 7개월로 70허우(70년대생) 51개월, 80허우(80년대생) 43개월, 90허우(90년 대생) 19개월에 비해 가장 짧았다.



 근속 연수는 짧아지고 이직 횟수가 잦아지는 현상은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경력 1년 차 신입사원 10명 중 7명이 이직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경력 1년 차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이직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해 2배 많아진 수치다.


 실업률을 갱신하는 뉴스가 흘러나올 때면 한쪽에서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피고용인은 '오래 일할 만한 괜찮은 직장이 없다'라고 불만을 표하며 잦은 이직을 감행하고, 고용인은 '오랜 시간 신뢰하고 함께 할 만한 인재가 없다'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 비대칭은 역선택을 유발한다. 고용인은 피고용인을 직접 고용하기 전까지 실질적인 업무 능력을 파악할 수 없고, 피고용인은 고용되어 직장을 경험하기 전까지 업무 내용이나 강도, 회사 문화를 느낄 수 없다. 피고용인의 능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고용인은 기대하는 능력치 이하의 인재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위험을 회피하고자 낮은 보수를 제시하고,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피고용인은 업무 강도가 예상보다 높을 것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고자 높은 보수를 제시하는 회사를 택한다. 하지만 훌륭한 인재는 낮은 보수를 제시한 회사를 택할 리 없고, 보수를 많이 주는 회사는 요구 능력과 업무 강도가 높다. 고용인은 피고용인에 대해, 피고용인은 고용인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만 남고 그 뒤에도 역선택과 부정적인 피드백의 순환은 반복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인턴 후 채용'이나 '기업 평판 사이트'등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구인, 구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과 중국은 공통적으로 젊은 세대, 특히 '90년 대생'이 직장과 직업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에 주목했다. 모든 세대는 비슷한 시기를 겪으면서 자라온 환경과 국가 발전 수준에 따라 자연적으로 해당 세대만이 향유하는 문화와 관념을 가진다. 90년 대생들은 아시아 경제의 고도성장 수혜를 입고 자랐고 문화 자유를 누렸다. 또 정형화된 질서보다는 자신만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과 자유로운 사고를 함양하는데 더 큰 가치를 둔 교육을 받았다. 이런 환경에서 형성된 90년 대생들의 관념은 기성세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링크드인이 2014년에 발표한 《중국 직장인 이직 보고서(中国职场人士跳槽报告)》에서 이직 시 고려하는 사항으로는 업무를 통한 지식 확장과 발전 가능성, 회사 문화, 보수, 업무 강도, 기업의 글로벌화 정도 등 매우 다양했다. 중국의 《요우라이러(又来了)》라는 프로그램에서 실시한 거리 인터뷰에서는 그냥 하기 싫어서, 관료적인 분위기가 싫어서, 식당 밥이 맛없어서, 와이파이가 느려서, 자유가 억압당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는 90허우(90년대생)들의 의견이 있었다.


이직 시 고려 사항 순위(1위-15위), 출처: 《中国职场人士跳槽报告》


 고도화된 정보 통신 기술을 통한 자동화와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막대한 정보의 양과 빠른 처리 속도를 기반으로 지능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산업혁명은 필연적으로 경제 구조와 일자리 형태의 변화를 가져온다. 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의 발전과 젊은 세대가 전에 없던 시각으로 재정립하고 있는 일자리에 대한 관념, 피고용인에게도 고용인에게도, 모두에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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