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전 세계를 괴롭히던 코로나가 끝이 났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봉쇄와 핵산검사로 대응했던 중국도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완전히 돌아온 모양새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의 빠른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이지 않다. 2023년 대학 졸업자가 역대 최대 규모인 1158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4월 중국 청년 실업률 (16세-24세)이 역대 최대인 20%를 기록했다.
중국의 구인 구직 사이트 즈렌자오핀(智联招聘)는 매년 해당 연도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취업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도에는 대학 졸업 이후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이 81%에 달했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2023년도 조사에서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이 57.6%에 불과했다. 반면, 2023년도 조사에서는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취업 시기를 늦추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18.9%에 달해, 2019년도 응답률인 8.5%와 비교해 현저히 높아진 수치를 보였다. 창업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9년 4.1%에서 2023년 0.7%로 떨어졌고 해외 유학을 고려하는 비중도 2019년 1.2%에서 2023년 0.7%로 낮아진 수치다.
*《2019年应届生就业市场景气报告》,《2023年大学生就业力调研报告》
중국 취업 예정자가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는 2019년과 2023년 모두 국유기업이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국유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 비율은 2019년 35.1%에서 2023년 46.7%로 늘어났다. 공공기관과 국가기관으로의 취직을 희망하는 비율은 모두 2019년 10%에 못 미쳤지만 2023년에는 각각 12.3%, 12.5%로 증가했다. 민영기업으로의 취직을 희망하는 비율은 2019년 25.7%에서 2023년 12.6%로, 외국계 기업은 23.7%에서 14.6%로 감소해 국유기업과의 선호 격차는 더 커졌다.
쏟아지는 졸업자들의 취업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2023년 공무원 시험 지원자 수 또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어려워진 국내외 사정 속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 직군에 대한 선호도가 졌고, 공무원 채용 인원 또한 지속적으로 늘면서 더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것이다. 2019년도 137.9만 명이었던 공무원 응시자는 2023년 250만 명으로 늘었고, 채용인원은 14,537명에서 37,100명으로 확대되었다. 2023년 가장 치열한 경쟁을 보인 곳은 칭하이성 조세국의 취마라이현 조세국 1급행정원(青海省税务局曲麻莱县 税务局一级行政执行法员)으로 경쟁률 6002:1을 기록했다.
코로나를 전후로 중국 청년들의 취업 인식 차이가 뚜렷하다. 코로나 이전의 청년들은 중국이 제창하는 각종 산업의 굴기와 창업 굴기에 힘입어 소위 '국민기업'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제 2의 마윈을 꿈꾸는데 열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 발발과 함께 강도 높아진 국제적 압박을 겪으며 청년들은 취업 시기를 늦추거나 안정적인 직군인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대표 기업인 화웨이(华为), 알리바바(阿里巴巴), 징동(京东) 등에서 들려오는 감원 소식은 취준생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화웨이는 높은 보수와 복지로 매력적인 회사로 꼽히지만 동시에 막중한 업무와 경쟁으로 유명한데, 최근 발표한 감원 인원 7000명 중에는 35세 이상의 인력들이 다수 포함 되어 있다. 스마트폰 업체인 오포(OPPO)는 반도체 설계 사업을 철수해 한꺼번에 3000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생겨났다. 알리바바도 2022년 2만 명에 가까운 감원에 이어 올해 들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피아오(北漂, 베이징 떠돌이), 상피아오(上漂,상하이 떠돌이),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 등 중국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수식어들이 다양하다. 달라진 취업 환경에서 이러한 신조어들도 옛 말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