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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Apr 10. 2024

땅 짚고 헤엄치던 중국차는 어디로 갔나


중국의 내수와 부동산 경기가 아직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와중에 그나마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것은 전기차다. 2023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540만 대를 기록하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고, 수출량 540만 대 중 전기차 비중은 40%에 달했다. 중국 BYD의 전기차 판매량 또한 테슬라를 앞지르며 중국 전기차의 성장을 실감케 했다. 



 중국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여러 자동차 기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2000년대 본격적인 자동차 대중화 시기를 이끌었던 국영 자동차 기업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여러 해외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국영 자동차 그룹과 지분을 나누어 가지고 중국에 공장을 세우는 합작 회사(Joint Venture) 형태로 중국에 진출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해외 선진 기술을 중국 기업에게 내재화할 수 있었고 해외 자동차 기업은 중국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디이자동차와 폭스바겐이 함께 설립한 이치-폭스바겐(一汽大众), 상하이자동차와 GM이 함께 한 상치-GM(上汽通用), 창안 -포드(长安福特),  동펑-혼다(东风本田)등이 있다. 합작 회사에서 생산된 차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를 달고 현지화된 가격으로 팔려나가며 중국 국영 자동차 기업의 주요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현대차 또한 베이징자동차 그룹과 함께 베이징-현대(北京现代)를 설립해 중국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해외 합작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시장 구조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10년대 후반부터다. 국영 기업에 비해 뒤늦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민영 기업들이 하나 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중국 국내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10위권 언저리에 머물던 민영기업 지리자동차(吉利汽车,Geely)는 한 단계씩 순위를 올려 2018년에는 4위에 이름을 올리고, 2023년 3위에 올라섰다. 그 사이 대외적으로는 볼보(Volvo),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Daimier AG), 말레이시아의 프로톤(Proton), 영국의 스포츠카 로터스(Lotus)까지 지분을 확대하며 국제적인 입지 또한 강화했다. BYD(比亚迪)는 2020년 매출 41만 대에 그쳤지만 2023년 매출 302만 대를 기록했고, 302만 대 가운데 중국 국내에서 270만 대가 팔려 브랜드 기준 중국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2010년대 IT 스타트업 붐과 함께 샤오펑(小鹏), 리시앙(理想),니오(蔚来) 등 전기차 기업 또한 여럿 생겨났다. 이러한 전기차 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닌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IT 및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차를 정의하기에 '중국판 테슬라'라고 불린다. 세 기업 모두 2014년과 2015년 비슷한 시기에 설립되어 1,2년 시간차를 두고 미국 증시에 모두 상장하며  '넥스트 테슬라' 후보 대열에 합류했다.


샤오펑(小鹏)G9 ,  리시앙(理想)Mega


 이에 반해 국영 자동차 기업들은 선전하는 민영 자동차 기업과 떠오르는 신흥 전기차 기업 사이에 낀 형국이다. 폭스바겐, GM과의 합작회사를 거느린 상하이자동차그룹(上汽集团)의 경우, 18년째 자동차 그룹 판매량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자동차 판매 대수(臺數)는 2021년 540만 대, 2022년 530만 대, 2023년 502만대로 떨어지는 추세다. 상하이자동차그룹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일으키는 상치-폭스바겐(上汽大众), 상치-GM(上汽通用)의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인데, 두 합작회사의 자동차 판매 대수과 매출은 전체 상하이자동차그룹에서 각각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동펑자동차그룹(东风汽车集团)은 2023년 208.82만 대를 판매했는데, 2022년 246.45만 대에 비해 15% 하락한 수치다. 역시 주요 합작사인 동펑닛산(东风日产)과 동펑혼다(东风本田)의 판매 대수가 각각 21.5%, 8.5% 하락하면서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베이징자동차그룹 산하의 베이징현대차의 판매량 또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82만 대, 79만 대, 72만 대, 50만 대, 36만 대, 25만 대로 줄곧 하락해왔다.


국영 자동차 기업들이 각자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손을 잡은 곳은 민영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华为,HUAWEI)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 기업인 중국디이자동차(第一汽车),  동펑자동차(东风汽车),  창안자동차(长安汽车), 베이징자동차(北京汽车), 체리자동차(奇瑞汽车), 광저우자동차(广州汽车) 등은 모두 화웨이를 협력사로 두고 있다. 화웨이와 자동차 기업의 파트너십은 협력의 내용과 심화 정도에 따라 3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가장 낮은 단계의 협업은 화웨이가 전자 장비 부품만을 제공하는 방식(Tier 1,티어 1)이고, 더 높은 단계의 협업으로는 완성차 기업이 화웨이로부터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기능을 제공받아 자동차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HI 방식과 더 나아가 화웨이가 제품의 전반적인 설계와 개발, 판매까지 담당하고 완성차 기업은 생산만을 담당하는 즈슈안 방식(智选模式)이 있다. 여러 국영 자동차 기업들은 화웨이의 브랜드 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HI모델과 즈슈안모델 위주로 협업을 진행하는 추세다. 체리자동차의 '즈지에(智界, Luxeed)', 창안자동차의 '아바타(阿维塔,AVATR)', 베이징자동차의 '아크폭스(极狐,ARCFOX)'가 이에 해당한다.


창안자동차의 '아바타(阿维塔,AVATR)'/ 新浪新闻


 베이징자동차는 특히 민영기업과의 협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베이징자동차의 자회사 블루파크(北汽蓝谷,BAIC BluePark)는 화웨이와의 HI식 협업을 통해 '아크폭스'를 출시한 후, 더욱 심화된 협업 단계인 즈슈안 방식으로 후속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또 '대륙의 실수' 샤오미와도 손을 잡고 전기차 SU7를 출시했다. 


 반면 화웨이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생존을 택한 국영 기업도 있다. 상하이자동차그룹은 일찍이 화웨이와 협력을 거부한 완성차 기업이다. 2021년 상하이자동차그룹 천홍(陈红) 회장은 화웨이의 자율주행 솔루션은 상하이자동차의 영혼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 한 바 있다. 광저우자동차는 화웨이와 HI 협업을 통해 전기차 브랜드 광치아이안(广汽埃安)을 출시하고 2022년, 2023년 각각 국내 전기차 판매량 5위, 3위라는 성적을 거두었지만 최근 기존 화웨이와의 HI 협업에서 더 낮은 단계의 티어1 협업으로 조정했다. 


 2000년대 땅 짚고 헤엄치던 중국 국영 자동차 기업에게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기호지세다. 스스로 '우리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라는 화웨이의 외침에도 천홍 회장이 언급한 '영혼론'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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