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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로 Dec 19. 2023

아기 태명 정하기

우리 아가는 '치즈'

두번 째 임신 소식을 남편에게 알린 날, 남편이 꿈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 똥 꿈을 꿨는데... 똥 꿈도 태몽으로 볼 수 있으려나? 임테기 결과 몰랐을 때는 로또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태몽 같기도 하다."


그렇게 '똥'을 태몽 삼아 태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개똥이: 옛날,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태어나 일 년도 채 살지 못하고 죽는 아이들이 많아서 귀한 아이는 귀신이 잡아간다며 일부러 이름을 천박하게 짓는 경우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귀한 우리 아이가 잘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민.


제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주인공이었던 '제제'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었기에 계묘년(물과 나무)에 부족한 금기운을 채워주고자 금기운을 가지고 있는 자음인 구개음 'ㅈ'을 활용해보고 싶었다.


치즈: 위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금기운을 보충해줄 수 있으며 '똥'의 구린 냄새처럼 치즈에서도 구린 냄새가 나니 유사한 속성을 살릴 수 있으면서도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덧붙여 사진 찍을 때 '치즈~'를 하며 웃는 표정을 만들기도 하니, 아기에게 즐거운 일들만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남편과 상의 끝에 우리 아가의 태명을 '치즈'로 정했다. 정하고 자꾸 부르다 보니 더욱 정감이 갔다.

힘든 하루를 보내느라 배가 뭉칠 때면 오른 손으로 배를 살살 문지르며 "치즈야 고생했어. 우리 치즈 잘 견뎌 줘서 고마워."라고 육성으로 말해주었다. 

 요즘 초혼이 많이 늦어지고 있는 추세라 나와 같은 노산의 산모들이 제법 많은데, 우리 할머니 시절(일제 강점기, 6.25 시절)에는 빠른 경우 내 나이에 손주를 본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스무 살 무렵 애를 낳고 또 그 아이가 스무 살 무렵에 애를 낳으면 충분히 가능) 마흔에 얻은 아기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겠는가. 하루하루 감사한 한마음으로, 사랑스러운 말투로 '치즈'를 불러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2022년. 우리에게 두 번째로 찾아와 준 아기는 '치즈'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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