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을 내세우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인격은 지켜주세요.
2023년 7월 18일 한 초등학교 신임교사가 자신이 근무했던 학교에서 스스로의 삶을 포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 학생들이 성장하고 꿈을 키워나는 '학교'에서 왜 그분은 그런 선택을 을했어야만 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단순히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고인을 욕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2~3일이 흐린 현재 시점에서 아무 것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항간에 떠도는 다양한 소문에 의하면 학부모의 갑질에 의한 자살이란 설이 가장 유력한 것 같다. 물론 아닐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날 교사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사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나 또한 이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5~6년 전부터 해왔다.
나는 교육대학원에서 교직이수를 해서 교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해온지 13~14년 정도 된, 햇병아리 같다면 햇병아리 같은, 나름 경력이 쌓였다면 쌓인 어중간한 상태의 교사다. 학부 졸업을 하고 잠시 은행에서 근무를하면서 교육대학원 원서를 넣어 시험을 보러 다녔고 합격을 해서 3개월만에 은행을 그만 두고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첫 학교에서 학생과 상담을 하며 밤 10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가던 길. 비록 야근수당은 없었지만 그렇게 학생의 고민을 함께 해주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한강대교 위에서 뿌듯함에 가슴 벅차 행복함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교사 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월급은 150만원 남짓하는 정도였지만 (지금 최저임금을 생각해보면, 대학원 학벌에 새벽 6시 일어나 7시 출근 7시 15분부터 업무 시작, 야근 수당 별도로 지급되는 바 없음을 고려해봤을 때 분명 교사는 열정페이 수준으로 월급 받으며 사명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2010년이었다. 이후 학생인권조례가 시작되고 체벌대신 벌점제도가 시행되고 학생들의 인권이 이슈화 되는 일들이 연달아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긴 한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인격과 인권이 중요한 만큼 교사의 인격과 인권도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그 부분은 상실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생각한다. 체벌...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에는 교사의 감정이 개입된 말도 안되는 체벌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그래서 체벌금지령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도하고 교육하기 위해서는 체벌까지 아니더라도 교사가 지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긴 하다고 생각한다. 벌점제도는 그 힘이 되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교권은 무참히 무너지고 있고 이에 따른 교사의 고충들이 크고작게 발생하고 있다.
1. 학부모 관련
#_교사의 사생활은 어디에? 시도 때도 없이 학생 및 학부모들의 연락이 옴.
새벽 6시 반~7시부터 23시 사이. 학부모들의 연락이 올 때가 종종 있다. 대부분은 피치 못한 사정과 상황에 의한 연락이긴 하지만 가끔은 말도 안되는 항의를 하기위해 연락하기도 한다. 남자 자사고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 학부모가 자기 아들이 시험기간에 축구를 했다며... 공부시키기 위해 자사고를 보냈는데 학교랑 담임이 뭐하는 거냐며 밤 21~22시 사이에 문자를 보냈다. 말투는 마치 하인다루는 듯한 말투. 그 때 당시 학교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줌 실시간 수업 진행, 안전거리 확보 및 철저한 방역을 병행하며 야자실 운영. 나는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싶지만 자기 제어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학습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매일 새벽 2시까지 줌으로 자습감독을 시행하던 때였다. 물론 모든 것은 자율적 참여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밤 9시까지 일하다가 퇴근하고도 매일 새벽 2시까지 줌을 켜서 공부하게 했는데...? 해당 학생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왜 담임을 탓하는 건지? 게다가 학생이 게임한 것도 아니고 운동 몇시간 한 걸, 공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고 그 화를 자식한테 내지 못하니까 담임에게? 그래서 내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그 외 어머님이 원하시는 바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며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더 해보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그 어머님이(같은 사람임) 학기 말에는 타과목(내 과목 말고 다른 과목) 조별 수행평가를 하는데 같은 조 친구 한명이 자기 아들에게 뭐라고 했다면서 다시는 그 친구랑 같은 조 안되게 하라며 명령조로 말하였다. 사실 내 수업이라면 그렇게 해드리는 게 어렵지 않겠지만 다른 선생님의 과목 수업까지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하기엔... 담당 선생님의 수업 침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조별과제를 하며 생기는 갈등 및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정또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누구나 단체생활 및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크고 작은 갈등들을 겪으며 해결책들을 찾아가야하기 때문이다.
#_생활기록부 관련, 사실대로 기록하지 않았으니 교육청에 신고하고 변호사 선임하겠다?
첫 담임하던 해 1학기 학급 회장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학기 초에는 뭐든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인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너무나 달랐으며 시간이 갈수록 용의복장부터 근태 및 수업 태도가 아주 엉망이었다. 일례를 들자면, 한 선생님이 수업 끝나고 머리 끝까지 화가 나셔서 내게 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 반 학급 회장이라는 애가 아주 영악해. 세상에 줌으로 수업하는데 눈 뜨고 공부하는 척 하는 영상을 찍어 프사로 해 놓은 거 있지? 그리고는 애가 다른 걸 하는지 자는지... 이름을 수차례 불러도 답이 없는 거야. 그래서 딱 걸렸지. 그냥 사진으로 하면 눈 깜박거리지 않는 게 들통나니까 짧은 영상으로 프사를 했더라고."
그런 학생이었다. 머리는 좋은 편이었으나 잔머리를 나쁜 쪽으로 잘 굴리는. 게다가 반 아이들한테 조용이하라면서 거친 말들을 쓰고 칠판에 떠든 사람 이름을 적곤, 자신은 교탁 아래 공간에 머리를 넣어 자기도 했다. 학급 학생들의 원성과 불만이 굉장했던 학생. 하지만 장점도, 귀여운 구석도 있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학기 말 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 그 학생의 장점을 극대화 해주고 단점 또한 장점처럼 보일 수 있게 우회적으로 돌려 표현했다. 너무나 명확한 단점들을 적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학기 말 내용 확인을 본인들에게 다 시켜주었고 학년 마무리를 해 올려 보냈는데... 1년 후 2학년 담임이(나는 1학년 담임이었다.) 있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어머님이 연락이 왔고 그에 대해 교육청에 신고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말했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같은 반 학생들의 증언 및 증거자료까지 확보해서 보여드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이 안됐는지 그 어머님이 다음 날 교장실에 바로 전화를 해서 본인이 원하는대로 일처리를 해달라고 한 듯 했다. 오히려 그 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적을 걸... 학생을 생각해준 나의 배려심이 화살이 되어 꽂아 버리는 것과 더불어 학부모가 교장실에 바로 전화를 하면 일반 교사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현실에 굉장한 무력감을 느꼈다. 학부모의 컴플레인이 무서워 책임자들 역시 교사의 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2. 학생 관련
#_ 왜 꼭 마스크를 해야하냐, 내 마음이다.
코시국(지금도 코로나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방역 방침이 많이 완화된 상태. 그 당시는 방역 방침이 까다로웠던 때)에 실내 및 실외에서 무조건 마스크 착용, 손소독 철저히, 쉬는 시간마다 창문 열어서 환기, 안전 거리 확보 등으로 학교를 운영하였다. 단체 생활을 하는 학교는 코로나에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시험기간에 감독을 하러 들어갔는데 한 학생이 마스크를 아예 안하고 문제를 풀고 있길래, 해당 학생이 문제를 다 풀때까지는 그냥 두다가(시험 보는 중간에 말 시키면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다 풀 때까지는 건드리지 않음) 학생 마킹이 끝났을 때 다가가 마스크를 하라고 제스쳐를 취했다. 그랬는데 슥 쳐다보더니 무시. 하지만 시험 진행중이라 더 표현하지는 못했다. 종료 타종이 울리고 답안지를 다 걷은 후 나갈 쯤 그 학생에게 마스크 착용하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학생이, '왜 꼭 마스크를 해야하냐, 내 마음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정말 기가 찼다. 방역 지침이고 학교 규칙이락 설명했는데도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또 그 반에 감독을 하게 되었고 똑같은 일이 반복해 발생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해당학생에게 복도로 나오라고 하고 이야기를 좀 하려고 했는데 종례해야한다며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 하겠다고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와... 너무 화가 났다. 감정으로 학생을 대하지 않는 것이 나의 철칙 중 하나인데 너무 화가 나서 스스로 감정 컨트롤을 하기 위해 일단 교무실로 갔다. 그리고 교권 보호에 대한 문의를 하기 위해 교육청에 전화를 했다.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런 경우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교사는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었더니, 교사 및 학교에서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말하더라. 교육청 마저 교사의 교권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란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무력감이 들었다.
#_ 그 외 미투 관련 사건들
지금은 잠잠하지만 2017년인가 18년도에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었다. 학교도 크고 작은 미투의 움직임들이 있었는데, 물론 실제 이상한 선생님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억울하게 마녀사냥처럼 몰려 힘들던 선생님들도 계시다. 그런 억울한 상황 속에서 책임자들과 교육청은 학생 및 학부모의 컴플레인에 꼼짝하지 못하여 교사의 편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교사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그 시절에 절절하게 느끼며 유년시절부터 꿈꾸며 오직 한 길만 바라보며 살아온 나의 진로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오늘 날 교사들은 힘이 없다. 교권을 내세우며 학생들을 쥐락펴락하고 무력으로 누르고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생에게 치이고, 학부모에게 치이고 때로는 동료 교사에게 치이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청이 보호해주지 못하고 학교가 보호해주지 지 못하고 책임자들이 보호해주지 못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러한 현실이 교대를 졸업하고 어려운 임용고시를 통과한, 꿈을 안고 초임교사가 되었을 한 생명을 죽음으로까지 내 몰은 것은 아닐까...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한 사람의 사건이 아니라 나의 사건 같고, 우리들의 사건 같다.
학생들의 인권이 중요한 것처럼,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교사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고 가족이라는 사실 역시 기억해주면 좋겠다.